온전한 혼자만의 시간이 생긴다면 무얼 해야 할까?

by 알깨는 아줌마

아이들이 개학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본국으로 돌아갔던 가족들이 돌아와 마을도 북적북적해졌고 내 시간도 외부 돌아가는 상황에 따라 정신이 없어졌다. 하루 일과가 손바닥 안에 있던 방학 때의 심심함, 좋게 표현하면 잔잔함이 이제는 이리 흔들 저리 흔드는 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이 파도 위에서도 내 의지대로 잔잔하게 머물 내공은 역시나 아직 없는 것 같다.


오늘이 No School Day라 애들이 집에 있다. 나는 세탁기가 있는 부엌 옆 작은 공간,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이 자리에서는 주로 주식 관련 책이나 구독해 놓은 글들을 읽는데 최소 10분에 한 번은 누군가 찾아온다. 애가 셋이니까 지들한테는 한 시간에 한두 번이래도 나에게는 5분, 10분마다 방해받는 기분이 든다. 집중할 만하면 끊긴다. 사실, 그런데 웃긴 건 애들이 다 학교 갔을 때에는 이 자리에 앉는 일이 거의 없다. “아니, 애들이 학교 갔을 때, 잠재적 방해자들이 완전히 없어졌을 때 집중해서 읽고 쓰고 하면 되잖아?”라고 묻는다면 정말 머쓱하게도 대꾸할 말이 없다. 오로지 애들이 방해할 때만 이 의자에 엉덩이를 꾹 붙이고 앉아서 이걸 꼭 지금 읽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다니…


한 발 뒤로 물러서 관대하게 해석해 보자면, 일단 이 동네 학교 시스템을 설명을 해야겠다. 7시 반경에 엘리인 막내가 등교를 하고 한 시간 뒤 미들인 첫째 둘째가 집을 나서면 마침내 혼자가 된다. 자, 근데 이 동네 학교는 점심시간에 애들을 집으로 보낸다. 그러니까 11시 30분쯤 애들이 밥을 먹으로 집으로 온다는 얘기다. 그 와중에 또 런치클럽란 게 있다. 누군가는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누군가는 집에 온다는 말이다. 최소 10시 반경에는 점심을 만들어서 클럽이 있는 아이에게는 배달을 하고 집에 온 아이는 12시 반쯤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그리고 막내가 하교하는 시간이 3시. 그러다 보니 그 짧게 쪼개진 시간이 너무 소중해서인지, 운동도 해야 될 것 같고, 책도 읽어야 할 것 같고, 친구도 만나야 할 것 같고, 점심을 만들어야 하는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대체로 이거 찔끔 저거 찔금하다가 뭣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간다.


이런 나에게 3박 4일의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이 생겼다! 남편의 휴일을 맞아 애들을 맡기고 혼자 떠나보기로 했다. 나는 내일 아침 여행을 간다.

뭘 할 거냐고? 모른다! 계획이 없다. 비행기표랑 호텔만 예약했다.

현재 가장 끌리는 건 도서관에 하루 종일 있어보는 건데, 재미없고 너무 허세스럽나?라는 의문이 들어서 멈칫하고 있다. 헤아려보니까 도서관이란 데 가서 각 잡고 공부를 해본 지 13년이 지났다. 막상 지난달에 애들이랑 다 같이 샤르자에 있는 도서관에 갔을 때, 내가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 ‘아… 여기 혼자 와서 하루 종일 있으면 너무 좋겠다.’ 였다는 걸 떠올려본다. 정말 그럴까?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북적이게 정신없이 도서관에 다 같이 입장해서, 사실은 그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를 알아채지 못하고 그저 갖지 못한 또 다른 순간을 아무 의식 없이 갈망한 건 아닐까? 막상 혼자 그곳에 있으면 종일은 고사하고 3시간이라도 머물 수 있으려나?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나 정말 혼자 그곳에서 너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사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같이 왔던 시간들도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더 선명하게 느끼게 될 것 같다.


그래, 하루쯤은 도서관에 가자.


(다음편은 도서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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