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한 시간, 걷는 사람들: 현대 직장인의 새로운 생존 전략
도시는 갈수록 빨라지고, 직장인은 갈수록 바빠지고, 머리는 지치고 몸은 무거워진다. 이런 시대에 ‘걷기’라는 단순한 행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은 역설처럼 들린다. 자동차도 많고, 대중교통은 말 그대로 ‘도시의 혈관’처럼 뚫려 있어 거의 어디든 빠르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그 모든 편리함 속에서 베스트셀러처럼 떠오르는 것이 바로 ‘걷기 운동’이다.
특히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6-6-6 걷기 운동법이 하나의 작은 돌풍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어떤 사람은 체중 관리를 위해,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머리를 비우거나 집중력을 회복하기 위해 걷는다.
분명한 건, 목적은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된 이유가 사람들을 길 위로 끌어낸다는 점이다.
바로 걷는 사람은 결국 자신이 원하는 어떤 ‘성과’를 얻는다는 사실이다.
걷기는 단순하고, 저비용이며, 실패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 작은 성취감이 오늘날 직장인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다.
6-6-6 걷기는 일본 피트니스계에서 시작된 체계적 걷기 프로토콜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세 개의 ‘6’으로 구성된다.
6분 워밍업
60분 빠른 걷기
6분 쿨다운
가능하면 오전 6시 또는 오후 6시, 주 6회가 이상적
‘6’이라는 작은 숫자 속에 규칙성과 지속성이 담겨 있다.
특히 60분 빠른 걷기 구간은 방해받지 않는 유산소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일본 피트니스 업계가 러닝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개발했지만, 실제로는 체력 수준이 제각각인 사람들에게 폭넓게 적용되는 범용 운동법이다.
60분 걷기는 약 5,500보 즉 하루 권장 1만 보의 절반 이상을 단번에 채울 수 있는 활동이다.
바쁜 직장인의 ‘운동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우 현실적이라는 점이 큰 장점이다.
나는 여의도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점심시간에 빠르게 밥을 먹은 뒤 여의도공원이나 샛강을 걷는다. 처음에는 단순히 바람을 쐬는 정도의 가벼운 산책이었지만 지금은 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걷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정장을 입은 채 이어폰을 꽂고 빠르게 걷는 사람, 동료 두세 명이 조용히 대화를 나누며 걷는 사람, 스마트워치로 심박수를 체크하는 사람, 그리고 걷기 앱을 켜고 ‘돈을 벌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까지.
점심 이후 여의도공원은 거의 하나의 ★워크 헬스장★이 된다.
자연스럽게 ‘워킹(Working) + 런치(Lunch)’의 합성어인 워런치족(Walunch族)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점심시간 걷기는 이제 하나의 생활문화가 되었다.
이 풍경을 보고 있으면 느끼는 바가 있다.
사람들은 걷는 것이 몸에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그 사실이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기에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건 언제나 ‘효과를 경험한다’는 간단한 진리다.
헝가리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걷기는 노화 관련 질병 위험을 낮추고, 심혈관 기능을 개선하며, 근골격계 안정성, 수면 질, 정신건강 등 거의 모든 삶의 질 영역에서 도움을 준다.
특히 직장인은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낸다. 의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일수록 걷기는 ‘필수 요법’에 가깝다.
피로 ↓
스트레스 ↓
체지방 감소
수면의 질 개선
일중 집중력 향상
기분 전환 및 사고 정리
데카트론 자료에 따르면 시속 8km로 1시간을 걷는 것은 약 610kcal 소모에 해당한다(참고로 시속 8km는 개인적으로 걷기보다는 뛰기에 가깝기에 나는 시속 5~6km 정도로 약간 빠른 걸음으로 걷는 편이다).
러닝보다 부상 위험이 낮고, 운동 초보도 지속하기 쉽다.
무엇보다, 걷기는 혜택 대비 난이도가 거의 최저 수준이라는 점이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다.
오늘날 직장인들이 걷기 운동을 ‘게임처럼’ 이어가게 만드는 요인이 있다. 바로 스마트워치, 스마트폰 앱, 포인트 적립형 걸음 보상 시스템이다.
어떤 앱은 걸음 수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어떤 앱은 스탬프처럼 매일 연속 달성 기록을 보여주며 사람의 ‘게이미피케이션 본능’을 자극한다.
여의도 샛강길만 걸어도 최소 세네 명은 걸으면서 돈을 벌고, 포인트를 적립하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대인은 스마트폰 앞에서는 의외로 성실하다. 이런 ‘디지털 당근’이 걷기를 중독성 있는 루틴으로 바꾼다.
오늘날 직장인은 단순히 ‘일 잘하는 사람’으로는 부족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업무 환경, 끊임없는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 패턴 속에서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장기적으로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된다.
걷기는 체력 관리 수단을 넘어 현대 직장인의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최소 나는 그렇다.
걷는 동안 생각이 정리된다
마음이 안정된다
틀어진 자세를 바로잡는다
퇴근 후의 피로도가 줄어든다
더 오래 집중할 수 있다
의사결정의 질이 좋아진다
걷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일의 효율과 연결된 도구가 되고 있다.
6-6-6 걷기가 직장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명확하다.
1) 실패하지 않는다 - 러닝은 체력 부담이 크지만 걷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2) 짧아도 효과가 있다 - 점심시간 20~30분 걷기만 해도 기분이 달라진다.
3) 준비물이 필요 없다 - 운동복, 장비, 장소… 모두 필요 없다. 의지 하나면 된다.
4) ‘확실한 보상’을 준다 - 기분이 좋아지고, 머리가 맑아지고, 심박이 안정된다. 당장 눈으로 확인되는 변화가 있다.
5) ‘대화형 운동’이 가능하다 - 동료와 걸으면서 업무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 걷는 회의(워킹미팅)는 이미 실리콘밸리의 오래된 문화다.
워런치족은 ‘점심시간에 걷는 직장인’을 뜻한다. 하지만 단순히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의 집합이 아니다.
그들은 몸을 관리하고, 하루의 리듬을 만들고,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심지어 돈도 벌고, 스트레스를 미리 방지해 오후 시간을 더 날카롭게 살아내는 사람들이다.
즉 자신의 생존을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현대 직장인의 표본이다.
점심시간 1시간은 짧아 보이지만 그 시간을 어떤 리듬으로 보내느냐가 오후의 생산성을 바꾸고 퇴근 후의 컨디션을 바꾸며 장기적으로는 건강과 경력까지 좌우한다.
워런치족은 이 사실을 가장 먼저 깨달은 사람들이다.
여의도 티타임에서 커피를 찾던 사람들이 이제는 점심 이후 여의도 샛강으로 향한다. 조용히 걸으며 자신을 회복하는 시간. 걷는 동안만큼은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자기만의 리듬. 워런치족의 탄생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현대 직장인의 생존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한 가지는 확실하다.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이 걷게 될 것이다.
걷는 사람이 결국 더 건강하고, 더 효율적이고, 더 오래 버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