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쓰러져가는 빈집을 고쳤을까?
70년이 넘은 낡은 집이 있었습니다. 70여년 전 할아버지께서 마을 뒷산에서 나무를 모아 기둥을 세우고 서까레를 올려 흙을 발라 만들었다는 집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폐암으로 일찍 돌아가신 이곳에서 할머니는 혼자 딸 셋을 키워냈고 딸들이 낳은 손자들을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손자들이 그들의 자녀를 낳을 나이가 됐을 때 할머니는 더 이상 혼자서 생활할 수 없을 정도로 늙어버렸고 둘째 이모가 할머니를 모시게 됐습니다. 그렇게 집은 혼자 남겨졌습니다.
그 낡은 집이 나름 근사한 주택으로 변했습니다. 이 낡은 할머니집을 고친 건 부모님도 아니고 이모들도 아니고 손자인 저였습니다.
충남 논산에 있는 70년된 빈집을 나는 왜 고치려고 했을까. 스스로도 확실한 이유를 찾지 못했지만 일단 저질러 버렸습니다. 평소 5천만원은 커녕 50만원도 써본적 없는 인색한 사람이 빈집을 고치는 데 5천 만원을 투자했습니다. 이 낡은 집은 서울 목 좋은 곳에 있는 곳도 아닌 논산 양촌면 거사리라는 시골에 있고 심지어 내 집도 아닌 할머니집입니다. (원래 명의는 할머니의 시어머니였습니다. 이걸 옮겨오느라 꽤 고생했습니다.) 나는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보려 글을 씁니다. 너무 주저하지 않게 생각을 가볍게 기록해보려고합니다. 정말 솔직한 내 마음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나는 왜 이런 일을 했을까. 천천히 나를 돌아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