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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옥 Oct 18. 2023

단편소설,「귀가」 07

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결국 회도 매운탕도 반 넘게 남기고 말았다. 우리는 남은 회를 포장해서 횟집을 나섰다. 엄마가 이제야 마음 편히 시장을 구경하겠다며 신나 했다.


“아까 거기 고등어 파는 데 있었잖아, 거기로 가자.”


우리는 다시 위판장 쪽으로 걸었다. 가는 길에 대게와 홍게를 잔뜩 쌓아 놓고 파는 집들이 나왔다.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상인들이 지금 주문하면 즉석에서 바로 스팀으로 쪄 준다고, 포장도 가능하고 택배도 가능하다고 말을 붙였다. 엄마는 그중 어느 한곳에 멈춰 서서 가격을 물어봤다. 대게는 한 마리에 십만 원이 넘어갔고 홍게도 그에 미치진 못해도 값이 꽤 나갔다. 엄마는 가게 주인이 시키는 대로 배딱지를 손끝으로 눌러 보고 등딱지를 훑었다. 어떠냐는 물음에 좋아 보인다고 대답했다. 엄마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다시 오겠다며 가게를 떠났다. 엄마에게 게를 살 생각이냐 물었더니 엄마가 아까 게값이 얼만지 못 들었냐며 펄쩍 뛰었다.


“니 아빠는 그리고 게 별로 안 좋아해. 내륙 태생이라 해물 맛도 몰라. 아니면 한 박스 삶아서 민영이 갖다줄래?”


나는 됐다고 말하며 엄마를 잡아끌었다. 먼젓번의 고등어 가게 앞은 사람들로 버글거렸는데, 가만 보니 싸움이 벌어져 있었다. 고무 앞치마를 입은 젊은 남자가 고등어 가게 앞에 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었고, 고등어 가게 직원으로 보이는 중년 여자가 남자에게 삿대질을 했다.


“왜 남의 가게 앞에서 지랄이야. 그런다고 고등어 사러 온 사람이 갈치를 사겠냐?”


여자의 말에 남자는 욕으로 맞받아치며 물을 뿌려댔다. 어느새 엄마는 다른 관광객들과 상황을 공유하고 있었다. 엄마가 싸움 구경에 정신이 팔린 동안 나는 아버지에게 우리를 데리러 올 거냐고 묻는 메시지를 보냈다. 전송 버튼을 누르기 무섭게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 마치고 데리러 가야지 별수 있냐. 하여튼, 너네 엄마는 고분고분한 맛이 없어. 지금 뭐 하고 있다니?”


싸움 구경 중이라고 일러 주자 아빠가 그 여자답다, 하고 대답했다. 생전 미안하다고 먼저 말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혹시 민영이도 그러냐? 하는 질문엔 아니라고, 이따 보자고 대답하고서 전화를 끊었다. 엄마는 어느새 가게 옆에 서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피해 가며 고등어를 사고 있었다. 가게 직원이 노란 봉투에 열 마리 가까이 고등어를 넣어 엄마에게 건넸다. 이제 오징어를 사러 가자고 말하는 엄마의 바짓단이 물 튄 자국으로 얼룩덜룩했다. 저렇게 산 고등어의 절반은 아버지 몫일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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