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대표의 진짜 역량
'회사의 대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많은 역할이 떠오른다.
내가 만약 스타트업 대표라면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봐야 할 질문은 “왜 사람들은 창업을 하는가?” 이다. 창업의 동기는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단순히 ‘대표’라는 직함을 얻고 싶어서 창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일명 ‘대표병’에 걸린 사람들이다. 솔직히 말해, 그 이유 자체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대표의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다. 만약 그들이 단지 자리와 역할에만 집착하고 사업의 본질을 외면한다면, 그 회사의 미래는 결코 밝을 수 없다.
대표병에 걸린 사람들을 제외하고,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수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의 창업 동기를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내’가 관찰한 결과일 뿐,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은 아니다. 각 유형별로 이해하기 쉽게 예시들을 찾아 보았다.
나는 창업을 하지 않았지만 1번에 해당하는 스타트업을 선택해서 다니고 있다. 발달지연아동 치료 솔루션을 만들겠다는 불가능에 가까운 문제에 도전하는 일이 매일 벅차지만 그 과정이 아직까지는 재미있다. 발달지연은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치료가 없기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문제를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는가? 가 우리 회사가 풀어야 하는 문제다.
1. 문제 해결형: 이 유형의 창업자들은 삶에서 풀고 싶은 문제를 발견했을 때, 현재의 솔루션이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여 창업을 결심한다. 이들의 문제는 종종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확장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창업을 결심하게 된다.
예시: 브라이언 체스키 (Brian Chesky)와 조 게비아 (Joe Gebbia) - Airbnb
•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살 집을 찾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에어비앤비를 창립했다. 그들은 사람들이 여행하면서 쉽게 숙소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플랫폼을 개발했다.
2. 최고 지향형: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하고 싶을 때 창업을 선택하는 유형이다. 이들은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개발자나 연구자들이 주로 이 유형에 속한다. 이들은 자신의 기술이나 연구를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싶어 하며, 이를 위해 창업의 길을 걷는다.
예시: 일론 머스크 (Elon Musk) - SpaceX, Tesla
•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기술과 혁신을 통해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욕망으로 SpaceX와 Tesla를 창립했다. 그는 로켓 기술과 전기차 산업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고자 했고, 그 목표를 실현하고 있다.
3. 시장주의형: 시장의 흐름을 읽고, 그 흐름을 한 발 앞서가며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애널리스트, 컨설턴트, 대기업 출신들이 이러한 유형에 속하며, 이들은 업계의 흐름을 분석하고 예측하다 보니 창업의 기회를 포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애널리스트 출신이 창업한 수제맥주나 로봇 치킨 브랜드가 이러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예시: 리드 헤이스팅스 (Reed Hastings) - Netflix
• 리드 헤이스팅스는 DVD 대여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넷플릭스를 창립했다. 그는 인터넷 스트리밍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시장 흐름을 예측하고, 이에 맞춰 사업을 확장했다.
4. 창업 DNA형: 연쇄 창업가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창업 외에는 다른 길을 생각해 본 적이 없고, 한 회사를 성공시킨 후에도 계속해서 창업을 반복한다. 이들은 창업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며, 그 과정을 즐기는 듯 보인다.
예시: 잭 도시 (Jack Dorsey) - Twitter, Square
• 잭 도시는 트위터를 창립한 후에도 결코 멈추지 않고, Square라는 결제 플랫폼을 창립했다. 그는 창업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을 즐기며, 반복적으로 새로운 회사를 세우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동기로 창업한 대표들은 저마다 강점이 다르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경우, 핵심 기술자가 대표를 맡는 경우가 많다. 시장의 기회를 활용하는 사업에서는 영업적인 수완이 뛰어난 사람이 대표로 적합하다. 이처럼 각 사업 영역과 스타트업의 단계에 따라 대표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다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중요한 역량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스타트업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을 딱 한가지만 뽑으라고 한다면?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역량이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는 제한된 자원과 인력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인재밀도가 높아야 한다. 뛰어난 인재를 끌어들이고, 그들이 회사에 오랫동안 머물며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뛰어난 인재를 영입할 때 연봉이나 복지 혜택을 대기업보다 좋게 제시할 가능성이 낮다. 그렇다면 겉으로 보이는 조건 말고 그 보다 강력한 것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대표가 될 수 있다.
생각보다 뛰어난 인재들은 조건보다는 내가 일을 해야하는 이유가 생기면 그 회사를 선택한다. 맛집을 선택할 때와 비슷한데 아무리 훌륭한 밑반찬이 있어도 메인요리가 매력이 없으면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 한다. 생각해 보자! 맛집은 딱 하나의 요리가 유명하다. 회사를 선택할 때도 조직과 나의 비전이 얼라인되어있으면 나머지 조건은 조금 부족해도 선택할 수 있다.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결국,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야 한다. 따라서 나에게 없는 역량을 가진 뛰어난 동료들이 나와 함께 일하고 싶도록 만드는 능력이 대표에게는 필수적이다.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직원들의 성장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진다면, 팀의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대표는 누구에게나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럼 어떤 사람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
• Vision: 당신에게는 명확하고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이 있는가?
• Giver: 당신은 이타적인 리더인가?
• Individualization: 당신은 팀원 개개인에게 관심을 기울이는가?
이 질문은 대표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풀어야할 문제들은 이미 복잡도나 난이도 측면에서 개인으로는 대응하기 매우 어렵다. 팀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자주 묻는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인가?”
이는 실리콘밸리의 a16z를 창업한 벤처캐퍼털리스트이자 최강의 조직 등의 책을 집필한 작가 벤호로위츠가 이야기 이기도 하다. 좋은 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정확히 TV에 나오는 대표와 반대로 하면 된다고 말한다. 사람을 함부로 대해서도 안 되고 싹수가 없어도 안 된다고 말이다. :)
[벤호로위츠 영상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