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숙한 두 성인이 맞춰가는 시간

신혼이라는 달콤함 속 살벌함

by 안나

2020.10.17 약 2년 연애를 한 우리 둘은 드디어 결혼을 했다.


결혼 선배들이 보면 새파란 신혼이라고 좋을 때라고 말하겠지만 3개월 남짓한 신혼생활도 끊임없이 맞춰가는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계속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연애할 때는 1주일에 한번 정도 서로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다 보니 꾸민 모습 위주로 보이고,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항상 머리는 정돈되어있고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감성적이기보다 이성적인 모습과 언행을 의식적으로 하는 사회화되어있는 존재들.


나의 경우 항상 밖을 나설 땐 콘택트렌즈를 끼고 기본 메이크업을 한다. 옷을 좋아하기에 무슨 옷을 입고 나갈지 고민하고 향수를 뿌린다.

하지만 집에서의 나는 화장기 없는 맨얼굴에 안경을 끼고 소화가 잘되는 밴딩으로 제작된 스누피 바지를 입고 다닌다, 머리는 상투를 틀어 공격적으로 묶고 있는다.


A(남편) 또한 밖을 나설 땐 항상 머리를 왁스로 고정하고 패딩보단 코트를 고집하는 남성이나 집에서는 뿌까 머리 (머리숱이 매우 많아 머리를 두 개로 묶고 있음)를 하고 운동복을 입고 다닌다. 연애 때는 몰랐는데 코 고는 소리가 확장기 수준이다. (신혼 초 자주 다툰 요인 중 하나)


사소하게는 이렇게 외적인 부분에서도부터 우리는 서로의 민낯을 서로 알아가게 되었다.

다행히도 외적인 부분은 서로에게 친숙함으로 다가와 남들은 모르는 서로의 콤플렉스 등을 알게 되며 끈끈함을 불어넣어주는 순기능을 하기도 했다.


외적인 부분을 떠나서도 막상 함께 살다 보니 정작 세팅되어있는 모습보다 서로의 민낯을 보고 또 보이는 때가 많다. 나 혼자만 아는 나의 모습을 상대방에게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당혹스러울 때도 실망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서로 편해졌다는 전제하에 남들에게는 보일 수 없는 미성숙한, 즉 사회적으로 철저히 숨길 수밖에 없는 지질한 모습들을 보이기도 했다. 나만 알고 있는 내 열등감의 모습을 A에게 보여주었을 때 나는 수치심에 더 화를 내기도 했다.


나에게는 당연할 수 있는 일들이 상대방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었고 그런 문제들은 법적으로 옳고 그름이 없었으며 친구나 지인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요소들이었다.

왜 이 사람은 이런 포인트에서 화가 나는 걸까, 이 사람은 이런 행동과 말이 부담을 주는 걸 모르는 걸까.


생각해보면 초반의 우리는 부부라는 생각에 서로를 동일시하여 생각하려고 했고 뭐든지 같이하고, 같이 생각해야 한다고 여겼던 것 같다.


말다툼을 하다 보면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점점 풍선처럼 부풀어 오를 때가 종종 있다.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고 한 명이 굽히지 않는 이상 해결되지 않았다.


연애 때는 둘만의 문제로 다투고 대립했다면 결혼 후에는 주면 관계, 친인척 관계, 집안 분위기 등으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상대를 나의 상황에 맞추길 원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지금도 신혼 초지만, 겨우 3개월 만에 터득한 최소한의 방법은 말다툼 후에는 떨어져 있는 시간을 가진다.

나는 집 근처 공원에 가거나 길을 하염없이 걷는다. 그렇게 바람을 맞아가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다 보면 풍선처럼 커지던 화가 탱탱볼만큼 작아지곤 했다. (사안에 따라서 며칠이 가고 몇 달이 가도 응어리로 남아있는 문제들도 있지만) 화가 탱탱볼만큼 작아졌을 때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를 하다 보면 그나마 이성적인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완성되려 노력하지만 사람이기에 미성숙하다. 그렇기에 서로에게 실수할 수 있고 상처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꾸준히 인지하며 서로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노력하는 시간이 쌓인 뒤에는 혼자 씩씩대며 인내의 걷기를 하는 시간은 점차 줄어들고 함께 손잡고 걸으며 소소한 대화를 할 시간이 더 많아질 것이라 예상한다.


20년 30년을 함께 산 부부도 다투고 싸운다. 겨우 3개월 함께 산 우리에게 맞춰 갈 시간은 앞으로도 많기에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우리는 서로가 어떤 말을 싫어하는지, 어떤 행동을 싫어하는지 너무나도 잘 안다. 의식적으로 상대방이 싫어하는 걸 조심하려는 배려부터 시작한다면 우리는 긍정적인 하모니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어제는 내가 먹고 싶어 한 양념치킨을 먹었으니 오늘은 A가 먹고 싶어 한 돈가스를 먹어야겠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MBTI 얘기와 화장품 얘기를 잔뜩 했으니 오늘은 남편이 좋아하는 자동차 얘기를 귀찮아하지 말고 집중해서 들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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