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온 슬기와 인천에서 온 서희가 군산에서 이루어가는 주택살이의 꿈
전북 군산 신풍동, 원도심과 가까운 조용한 동네에 슬기와 서희가 살고 있다. 5년 전 각각 서울, 인천에서 연고 하나 없던 군산으로 이주해 온 두 친구는 2023년 봄 마음에 드는 이층집을 고쳐서 같이 살기로 했다. 1층 거실로 드는 햇살이 따뜻하고, 2층 침실에서 보는 전망이 예쁜 이 집은 동네 이름을 따 ‘새바람(新風)주택’이라 부르기로 했다고. 이 집에서 두 사람은 마당에 텃밭을 가꾸고, 동네 고양이들과 어울려 살면서, 때때로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여는 소박한 꿈들을 매일 이루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 집을 만들고 가꾸어온 그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자 한다. 언젠가 두 사람이 가졌던 꿈을 지금도 가지고 있는 누군가에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슬기 일 때문에 군산에 왔다가 군산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프리랜서 기획자로 살고 있는 슬기입니다. 군산에 오기 전에는 서울의 아파트에서만 30년 이상 살았고, 평생 그렇게 살 줄로만 알았어요. 뜻하지 않게 오게 된 군산에서 뜻밖의 인생을 살게 되면서 스스로도 몰랐던 새로운 면을 발견해 나가는 중입니다.
서희 사진관을 열고 싶어서 군산에 온 서희입니다.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세 평짜리 방에서도, 열 평짜리 원룸에서도 항상 제 공간을 꾸미고 친구들을 초대하기를 좋아했어요. 군산에 와서 한 칸짜리 사진관부터 60평 이층집까지 상상으로 그려오던 공간을 현실 위에 하나하나 지어가고 있습니다.
슬기 군산에 와서 일로 만나게 되었어요. 서희는 그 당시 제가 기획하고 운영하던 프로그램의 참가자였는데, 하고 싶어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서로 비슷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서희 저는 나랑 취향이 잘 맞는 사람을 ‘주웠다’라고 생각해요. (웃음) 처음에는 저보다 슬기가 내향적인 편이라 친해지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는데요. 슬기는 그 당시 자기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가까워졌어요. 같이 살기 한참 전부터 저 혼자 이미 ‘같이 살아도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서희 주택에 살고 싶은데, 혼자는 못 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금전적인 이유도 있고, 혼자 살기 무섭기도 해서요. 그래서 주택에 살겠다고 마음먹자마자 슬기에게 같이 살자는 얘기를 꺼냈어요.
슬기 처음에는 군산에 얼마나 머무르게 될지 알 수 없어서, 회사에서 구해준 원룸에서 최소한의 살림만 들여서 살고 있었어요. 언제든 다 두고 서울에 돌아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요. 그러다 점점 서울에 올라가는 일이 드물어지고, 서울 집에 있는 내 취향의 물건들을 하나씩 가져오기 시작하면서 군산으로 집을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기왕 군산에 산다면 원도심의 적산가옥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몇 년 동안 일하고 살면서 정을 붙인 동네이기도 하고, 군산의 원도심인 영화동, 월명동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기도 해서요. 그런데 원도심 안에서는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불가능한 것을 지우고 가능한 것 중에서 포기할 수 없는 조건만 남겼더니 결국 저는 ‘주택’에 살고 싶은 거였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됐죠.
서희 군산에서 원룸을 구해 산지 1년쯤 되었을 때, 강릉에 간 적이 있어요. 거기서 새로운 친구를 만났는데 구옥을 취향대로 꾸며서 살고 있더라고요. 번개를 맞은 느낌이었어요. ‘아, 그러네. 나도 이렇게 살 수 있는 거였네. 나는 왜 군산에서 서울, 인천처럼 살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실 원룸에 살 때도 충분히 취향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부터 주택살이에 대한 로망과 욕망을 갖게 되었어요.
슬기 이전에 살던 집들에 비하면 ‘집에서 삶을 살고 있다’는 감각이 더 살아있는 것 같아요. 매일 아침 고양이 밥을 주고 정원에 물을 준 다음 커피를 내려서 거실 소파에 앉아 창 밖을 볼 때마다 느껴요. 물론 마당 관리처럼 손이 가는 일이나 월동준비처럼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도 한데, ‘내가 집을 돌본다’는 느낌이어서 싫지 않더라고요. 주택에 살고 있는 지금의 삶이 나에게 잘 맞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서희 슬기의 표현을 빌리자면 ‘게으른데 부지런한 삶’을 살고 있어서 좋아요. 느긋한 일상을 보낼 수 있지만, 그 일상을 유지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하지만 그 과정이 즐겁고 평화로워서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 다음화 예고 -
시작이 반이라는데, 정말 그럴까? 우리 집이 될 남의 집 찾기 대작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