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조건과 찾는 과정을 지나 첫눈에 반한 새바람주택을 만나다
주택에서 살아보기로 결정했을 때, 우리가 생각했던 동네는 군산 원도심이었다. 적산가옥을 포함하여 80-90년대 동네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공간들이 좋기도 했고, 나와 서희의 일터이자 삶터인 곳에서 가깝길 바란 것도 있었다. 나는 특히 적산가옥에 관심이 있었으나 실제 원도심 내에 적산가옥이 많지 않아 우리가 원하는 조건들을 정리해 가며 점차 범위를 넓혀가며 원도심과 인근의 주택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주택에 살아보자'의 전제는 '우리에게 맞는 집을 만난다면'이었기 때문에, 조급하게 결정하기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집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떠올리고 여유롭게 알맞은 집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만약 우리가 생각한 조건에 맞는 집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러니까 지금의 집을 만나지 못했다면 우리의 주택살이는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나와 서희가 이야기하며 정했던 몇 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원도심 15분 거리에 있을 것 : 우리는 차가 없이 자전거와 두 다리로 이동하는 뚜벅이 생활자이기에 우리가 주로 시간을 보내는 원도심에서 거리가 가까워야 했다. 지역살이에서 자동차란 생활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에 집보다 차를 먼저 구비하는 경우가 많지만, 어째서인지 우리는 둘 다 자동차가 필요하다고 여기면서도 안 사고 있다.
2) 예산 내에 있을 것 : 이건 너무나 중요한 조건이긴 했다. 집을 매입하고 고치는 비용까지 생각했어야 했기에 정해놓은 한도가 있었고, 원도심 근처에는 몇 군데 좋은 집들이 있었지만, 예산을 넘어가는 비용이어서 선택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군산 원도심은 관광지이기도 하다 보니 업종 변경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가격이 높은 곳이 많았다.
3) 작더라도 마당이 있을 것 : 이건 서희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된 부분이기도 한데, 코로나 시기 자가격리를 하면서 집안에만 있는 것이 매우 견딜 수 없이 답답했던 경험에서 작게라도 마당이 있는 집이었으면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마당을 원하게 되었다. 나의 경우에는 텃밭을 가꿔서 먹거리를 해결하는 것이 관심이 있어서 마당이 있길 바랐다.
4) 최대한 손을 덜 댄 주택일 것 : 집을 여러 군데 보면서 아쉬웠던 것은 이 부분이다. 8-90년대의 분위기를 간직한 주택(루바 벽면, 우물천장 등)을 원했기에, 내부 인테리어가 너무 현대적으로 고쳐져 있지 않았으면 했다. 생활의 편리 등등의 이유로 하얗게 깔끔하게 고쳐진 여러 주택들이 여기서 제외가 되었다.
5) 프라이버시가 지켜질 것 : 주택을 살펴보다 보니 지었던 시기에 어떤 이유로 인해 집벽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고, 여유 공간 없이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적정한 거리를 두고 우리의 생활이 지켜질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했다.
살고 싶은 집을 정했으니, 이제 찾기만 하면 되는데 도대체 군산에서는 다들 집을 어디에서 찾는 것일까? 당근도 보고 네이버 부동산 사이트도 보고 하다가, 군산에서는 교차로 부동산과 부동산 블로그를 많이 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부동산 매물이 블로그에 올라온다니 어플이나 독립 사이트 기반으로 거래하는 데에 익숙했던 나로선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사이트를 들락날락하고, 군산 원도심 근방을 돌아다니면서 매매가 붙은 곳들에 연락도 해보기도 했는데, 부동산에 연락하지 않고 현장을 방문해서 살펴본 건 한 두 세 차례 밖에 되지 않았고, 대부분은 우리가 정해놓은 조건에 맞지 않아서 조기 탈락했다. 매물이 자주 나오는 동네는 아닌 지 22년 연초부터 같은 해 연말까지 1년 정도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중에 군산 교차로에서 한 집을 만나게 된다. 시간여행마을 인근이라 게스트하우스로도 변경이 가능한 주택.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몇 장의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건, 2층짜리 단독주택에 마당이 있는 곳이었다. 시간여행마을 인근은 맞지만, 관광지에서는 떨어져 있어서 굳이 업종변경까지 해야 할 곳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거리도 적당해 보였다. 내부 인테리어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인연이 되는 집은 자연스레 더 적극적이 되는 거 같다. 바로 부동산에 연락해서 일정을 잡아 집 구경을 갔다. 이른 아침 찾아갔던 새바람주택은 따뜻했고, 현관 천장의 루바 장식이라던가, 거실의 커다란 장식 천장이 인상적이었다. 살고 계신 분들이 있어서 꼼꼼하게 살펴보진 못했지만, 슬쩍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우리 집이었고, 첫눈에 반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볼 것도 없이 집을 계약했다.
계약하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 90년대 전 주인 분들이 대지를 매입해 직접 지으신 주택으로 우리가 두 번째 주인이 된다는 것이었다. 이 점도 너무 좋았다. 처음 지었을 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집에 들어가게 되다니! 마당에는 무화과, 석류, 감나무 등 과실수가 있었고, 근사한 장미덩굴과 아직은 이름을 모르는 여러 식물이 있어서 생각지도 못하게 커다란 정원을 갖게 되었다.
계약 후 입주까지 한 달 반 남짓 기다리던 기간에 우리는 종종 새바람주택 근처에 가서 멀찍이서 집 구경을 하곤 했다. 앞으로 이 집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기대하면서.
- 다음화 예고 -
자취라곤 원룸과 1.5룸 밖에 살아보지 않은 두 친구는 과연 60평의 집을 상상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