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마케팅에서 B2B는 Business to Business의 줄임으로 쉽게 얘기해 일반적인 소비자가 아닌 기업이나 기관과의 거래를 기본으로 한다. 예를 들면 병원에 의약품을 판매하는 제약회사, 자동차 회사에 철판을 파는 철강 제조회사, 기관을 상대로 자문을 해주는 컨설팅 펌 등이 모두 B2B의 주체라고 할 수 있다. 더 정확히는 그 기관이나 기업에 속한 조직의 구매자를 고객으로 삼는다는 점이 우리가 흔히 접하는 B2C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특징이다.
그럼 마케팅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짚어 보자. 우리가 너무나 많이 들어왔고 익숙한 이 단어를 설명하는데 수많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너도나도 한 마디씩 거든다. 지금 검색창에 이 단어만 쳐도 수십수백 가지 마케팅에 대한 정의가 나온다. 여기에 접두어를 붙여 노이즈 마케팅, 에코 마케팅, 귀족 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팅 등 잘난 척(?) 해야만 하는 학자들과 기관, 협회에서 새로운 신조어를 매년 만들어 낸다. 여기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스티브 잡스 형이 일갈한 메시지를 돌아보자. 마케팅 구루라는 필립 코틀러나 피터 드러커 할아버지보다 내게는 더 눈에 잘 들어온다. (영상은 유튜브를 참조하자)
Marketing is about values. It’s a complicated and noisy world, and we’re not going to get a chance to get people to remember much about us. No company is. So we have to be really clear about what we want them to know about us.”
마케팅의 본질은 가치다.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지 경쟁사와 다른 왜 우리 것을 사야만 하는지 그런 가치를 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 가치라는 단어가 조금 추상적이긴 한데, 쉽게 고객이 느끼는 만족감, 편익, 성취감의 총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예를 들어 차를 살 때 어떤 고객은 저렴한 가격에 좀 더 가치를 둘 수 있고, 다른 이는 승차감, 또 어떤 이는 하차감(내릴 때 남들에게 보이는 부러운 시선)을 가장 큰 가치로 둘 수 있다.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우리 상품이나 서비스가 줄 수 있을지, 고객이 원하지만 기존 상품이나 서비스만으로 충족되지 못하는 그런 숨겨진 욕망을 남들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잘 알리는 게 마케팅의 핵심이다. 애플의 아이폰이나 마켓 컬리의 새벽 배송을 한번 생각해 보자.
B2B는 여기서 고객이 구체적으로 겨냥된다는 게 큰 차이다. 일반적인 소비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Right person’, 즉 저 조직에서 누가 우리 상품, 서비스를 사 줄 사람인지, 누가 최종 결정권자인지 이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대단히 어려운 이유가 B2B는 매우 다양한 형태의 고객이 있고 의사결정권자가 1명이 아니라 여럿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무가구를 파는 가구회사에게는 기업의 구매부서 담당자가 타깃일 확률이 높지만 이런 결정권자를 만나더라도 계약하기까지는 실제 많은 단계와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만나고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1차적으로 견적을 의뢰하고 발주를 넣는 기업의 구매팀이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 안에 가구를 직접 쓰는 직원들,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를 승인하는 CEO, 좀 더 큰 회사는 환경부서, 안전부서까지 이 가구가 친환경인지, 안전에는 무리가 없는지,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섞여 있다. 그러다 보니 최종 구매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손이 많이 간다. 이런 B2B 비즈니스가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많이 주변에 있다.
B2B 구매 여정에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 예시
예를 들어 우리가 B2C로만 생각하는 여행사가 실제로는 B2B 매출이 더 큰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 단체로 보내주는 관광 패키지, 수학여행, 전시박람회 관람, 테마상품 등 B2B 상품이 회사 입장에서는 더 수익이 높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이다(그 이유는 추후 설명하기로 한다). 이 외에도 사내식당, 사내 통신, 전자부품, 소프트웨어(기업에서 쓰는 MS 오피스 등), 제약, 은행(기업부문)까지 정말 다양한 산업군에 고객들이 있기 때문에 최종 결정권자와 이해관계자들을 찾아내는 게 B2B 마케팅의 시작이다.
이렇게 힘들게 찾아낸 고객들을 대상으로 영업활동과 다양한 마케팅을 하더라도 구매 결정, 즉 계약이 쉽게 이뤄지지는 않는다. 일단 B2C와는 다르게 구매금액도 상당히 크고, 회사의 전산 시스템처럼 장기적으로 안고 가야 하거나, 1차 상품을 재 가공해 유통의 단계를 거쳐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경우도 많아서 계약에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접촉했던 고객들, 즉 우리 상품이나 서비스에 관심을 가졌거나 계약 직전까지 갔으나 돌아선 고객들을 잘 데이터베이스 화해서 기록으로 남겨둬야 한다. 보통의 회사들은 영업사원의 수첩이나 컴퓨터의 엑셀 파일로 거래의 과정이나 고객정보를 남겨두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이마저도 없는 곳이 태반이다.
하지만 정말 B2B 비즈니스를 잘하는 기업들은 데이터베이스를 쌓을 수 있는 시스템이나 솔루션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교하고 효율적인 마케팅과 영업활동을 한다. 데이터베이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B2C의 사례지만 쿠팡이 매해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엄청난 투자금을 끌어 모은 결정적인 이유를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DB를 꼽는다. 2천만 명이 넘는 가입자와 고객들이 어떤 상품들을 구매했는지, 언제쯤 다시 구매하는지 모든 것들이 데이터베이스화 되어 있어 엄청난 성장 잠재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만약 정확하게 파악이 쉽지 않은 B2B 고객의 데이터베이스가 2천만 명이라면 어떨까? 이 중 1%만이라도 거래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이 기업은 20만 곳의 기업들과 거래를 하는 정말 큰 회사다. 그리고 99%의 DB를 통해 꾸준히 영업과 마케팅 활동을 통해 계약을 더 늘린다면 지속 성장할 수 있다. GE(항공기 엔진, 헬스케어 전자기기 제조업체)나 마이크로 소프트, 오라클(클라우드 서비스), UPS(운송) 같은 B2B 기업들은 이렇게 차근차근 DB를 쌓고 분석해서 영업기회를 창출하고 계약하고 유지하면서 성장했다.
B2B 세일즈 파이프 라인
출처 : "영업의 미래" 최용주, 김상범 공저
이렇게 쌓은 고객 DB를 바탕으로 가망고객(좀 더 우리 상품이나 서비스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거래가 될 확률이 높은 고객)부터 계약, 최종 매출이 발생하는 즉 세일즈 클로징까지 가는 여러 과정을 단계별로 세일즈 파이프라인이라고 한다. 이렇게 파이프라인에 등록된 데이터는 단계별 성과 분석, 개선점 파악, 시장분석, 나아가서는 공급 예측까지 유용하게 활용되면서 회사 경영의 실시간 대시보드가 된다.
예를 들어 고객과의 미팅까지 이뤄졌는데, 거래가 결렬되면, 그 원인을 분석해서 내용을 공유하고 향후 개선점을 찾아 재 미팅 시나 다른 고객과의 미팅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판매 확률을 높인다. 이 파이프라인은 B2B 영업 쪽에서 많이 쓰는 용어지만 실제로 B2B 회사에서는 모든 부서에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정형화된 프로세스다.
흔히들 마케팅은 기업에서 돈을 쓰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광고나 홍보 쪽만 생각하게 된다. 이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B2B에서 마케팅은 영업에 앞서 최전방에서 가망 고객을 확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예를 들어 홈페이지를 잘 만들어서 홍보하고 홈페이지에 들어온 고객들을 잘 유인해 필요한 정보들(연락처, 이메일, 회사 직책 등)를 얻고 그 정보를 분석해서 고객을 추려낸 후 가망고객들을 영업팀에 전달하면 영업팀은 미팅을 통해 상품을 제안, 협상해서 매출을 만들고, 계속해서 기술지원이나 서비스를 통해 추가 매출을 만들거나 다른 거래를 엮는 순환고리가 된다. 팀 간의 R&R도 중요하지만 서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One team play가 더욱 중요하다.
요약하면, 마케팅 활동을 통해 고객 정보를 잘 모아 분석을 통해 가까운 미래의 가망고객들 즉, 의사결정권자, 이해관계자들을 선별(전문용어로 Qualified LEAD라고 하는데 이는 뒤에서 좀 더 다루기로 한다)하여 파이프라인에 등록 후 이를 영업과 공조하여 거래를 만들고, 구매주기를 고려하여 재판매하거나, upsell(기존보다 고가의 상품 판매), cross-sell(유사 관련 상품 추가 판매)을 전개하여, 장기적으로 우리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로열티를 증대해서 평생 고객으로 삼고 서로가 윈윈 하는 파트너십 구축, 이것이 B2B 마케팅, 즉 단골 단체고객 만들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