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기록한 캄캄한 마음
이 모든 것이 성공의 열차에 올라타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런 마음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몇십만 팔로워를 거느린 대형 인플루언서, 소위 대박 난 사업가가 되려면 그 정도 실수는 눈감아 줄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은 그 열차에 내가 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비롯될지도 모른다. 따뜻한 인류애를 발휘해 남의 글을 베껴 인사이트를 팔고 팔로워를 늘린 한 40대 여성 인플루언서를 응원한다."00님, 힘내세요,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요. 잠시 쉬다 다시 돌아와요." 비판하는 사람을 향해서 멀 그렇게까지 하냐고 한다. 불편하고 껄끄러운 소신 발언, 도덕 양심 정의 같은 단어들이 더 많이 꺼내져야 한다. 정치, 사회 이슈를 화제로 삼으면 왜 유난하고 피곤한 사람 취급받아야 하나. 무해한 것만 보고 싶은 시기에는 그 모든 것들을 일부러 피하기도 한다. 말하기도 쓰기도 어려워 입을 꾹 다문다. 하지만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빚진 마음을 갖는다. 그러다 내게 힘이 좀 생기면 글도 쓰고 말도 보탠다. 그러니까 한번쯤 실수로 남의 글 표절할 수도 있지라는 절대 동의할 수는 없거든요. 2025-11-06
프로젝트나 일에 대한 아카이브, 실친 소식과 브랜드 기획 리서치를 위해 사용하던 인스타그램이 언젠가부터 릴스와 브랜드 광고로 점령되는 것이 피곤해졌다. 어느 정도 익명성으로 활동할 수 있는 스레드를 시작하고 인스타는 거의 버려졌다. 덕분에 실친 소식에 버퍼링이 걸리는 부작용이 생겨 버렸다. 아는 사람이라서 털어놓기 어려운 것들, 그러니까 일기장에나 적을 글들을 쓸 수 있어 조금은 후련했다. 동종 업계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인스타에 비해 평소 만나기 어려운 분야 스친(스레드 친구의 약어)들과 소통하는 것이 꽤 흥미로웠다. 특히 개발자, AI 전문가, 콘텐츠 비즈니스, 창업가, 작가나 창작가들이 눈에 띄었다. 평소 나누기 힘든 철학, 정치, 인문, 뇌과학, 미학 관련 소통도 즐거웠다. 스레드 사용 1년이 돼 가는 지금 드는 생각은 스레드가 10배쯤 더 재미있지만 인스타가 10배쯤 더 안전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아는 스레드. 2025-11-07
설계도는 있는데 속도가 나지 않아 자꾸만 조바심이 난다. 그래도 뼈대는 내가 세우는 게 맞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순서는 이게 맞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모든 것을 다하는 잘한다는 건 거짓말이다. 그런 걸 일전에 본일이 없다. 퀄리티를 굉장히 높였을 때 한 번도 대중성을 가져본 적이 없다. 시장이 다르다. 정교함이 더 중요할 때는 숫자를 포기하고 느리게 간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게 맞다. 갈 갈이 다르다. 소수가 주도하고 대중은 뒤늦게 온다. 주도하는 시점에 숫자가 늘면 잘못된 설계다. 내가 아는 걸 한다. 다신 내 위로는 아무도 없게 한다. 단어를 문장을 구조를 베게 써봐도 생각은 사람은 복제하지 못한다. AI가 침범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오래 생각한다. 쉬어야 한다. 밥을 먹어야 한다. 잠을 자야 한다. 주문을 외운다. 2025-11-08
본능적으로 내 글쓰기 원동력은 불편함이다. 누군가 꺼리거나 굳이 말하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들여다보고,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글을 쓴다. 어둠 속에 주로 진실이 있다고 믿는다. '누구도 상처받는 사람 없게'라는 기준을 세우지만 언제나 그것이 지켜지지는 않는 것 같다. 그리고 가끔 튀어나오는 장난꾸러기 본능. 말랑말랑 친절한 글, 쓰나마나한 글, 의미 부여 과도한 글은 쓰고 싶지 않다. 자꾸만 뾰족해진다. 남은 12월은 의식적으로 사랑을 우정을 채우도록 하자. 2025-11-08
뇌과학, 미학을 결합했다는 신경 미학을 공부하고 싶다. 신경 미학을 미술관과 갤러리 다니면서 공부하는 모임 있으면 들어가고 싶네. 없으면 내가 만들까. 2025-11-08
우울이 깊을 때 나의 주 감정은 쓸모 없어졌다는 감각에 있다. 쓸모를 증명하려 부단히 애쓰며 20대를 보냈다. 그 노력을 돈과 속도에 태워 자발적 일 중독자로 30대의 대부분을 보냈다. 고장이 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지만 오래 못 본 척했다. 2025-11-09
'치료'가 아니라 '창작' 활동을 해보고 싶어서 2024년 캄캄호 계정을 시작했다. 드디어 대화방을 열었다. 'ADHD나 자폐가 있는 사람'들의 자조 모임이 아니라 이들의 신경학적 차이를 가능성으로 환원해 보는 창작커뮤니티를 생각한 것은 3년도 더 되었다. 신경다양성을 주제로 다양한 콘텐츠 실험을 하면 좋겠다고 상상해 왔다. 그래놓고 비공개 카톡방이나 만들어 모든 것을 꽁꽁 숨겨두다니. 온라인 소통에 여전히 양가감정이 든다. 이상한 캄캄호는 오늘도 조용히 항해 중. 2025-11-09
<끝까지 들어줄게요> 인터뷰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완성도 있는 콘텐츠를 위해 한 달에 한번으로 연재 주기를 변경하려고 합니다. 인물에 대한 예고를 해두고 원고가 완성되면 한번에 업로드 하려고 합니다. 연재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게 마음의 큰 짐이 되어 이렇게라도 기다려 주셨을 분들께 소식을 전합니다. 캄캄호의 항해를 지켜봐주셔서 감사합니다.
01화 [프롤로그]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