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바람그네를 타고 있는 걸 봤어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베란다 창의 거미 한 마리가 쪼르르 내려와 대롱대롱 매달려 바람그네를 타고 있는 걸 봤어.
난 "안녕"하고 인사했어.
그때 엄마가
"거기서 뭐 해?"하고 다가왔어.
기다란 거미줄을 타고 아래로 쓱 내려온 거미를 본 엄마는 꺄악 소리를 지르며 아빠를 부르러 갔어.
"빨리 도망가! 빨리."
난 거미에게 손짓을 보냈지만 거미는 천진스럽게 줄에 매달려 이리저리 바람그네를 타고 있는 거야.
"어디, 어디. 거미가 어디 있다고 아침부터 소란이야."
한 손엔 빗자루를 든 아빠가 투덜대며 걸어오고 있고 그 뒤를 엄마가 휴지를 들고 따라오고 있어.
난 창을 열고 거미에게 다가가 다급하게 말했어.
"빨리, 빨리. 다시 올라가. 이러다 다치겠어."
내 타들어가는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발만 동동 구르는 날 보며 거미는 어린아이처럼 신나게 바람그네를 탈뿐이었어.
"비켜 봐!"
아빠가 다가와 날 옆으로 밀치더니 무시무시한 빗자루로 거미가 타고 있는 거미줄과 거미를 같이 낚아채서 베란다 밖으로 털어 버렸어. 거미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었지.
"아빠! 우리한테 피해도 안 주는데 왜 쫓아요?"
"네 엄마가 무섭다잖아."
"거미가 죽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무심하게 빗자루를 벽에 대고 탁탁 털던 아빠가
"걱정하지 마. 거미는 거미줄이 있잖아. 떨어질 때 거미줄을 뿜어서 어느 벽에 붙었을 거야."
그러곤 홀연히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어.
씁쓸한 마음에 목을 길게 빼고 베란다 밖을 내다보아 이쪽저쪽 벽을 보며 거미를 찾아보았어. 거미는 어디에도 없었어.
다음 날 아침 혹시 어제 봤던 그 거미가 와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난 베란다 창을 열어봤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쓸쓸한 마음으로 뒤돌아서려는데 베란다 창 위쪽 모서리에 쳐진 거미줄이 눈에 들어오는 거야. 그때 쌀톨만한 새끼 거미 한 마리가 그 거미줄 끝에서 외줄 타기라도 하듯 아슬아슬 기어 다녔어.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어.
나는 숨을 삼키며 베란다 밖을 오래 바라보았어.
혹시나, 어미 거미가 다시 돌아올까.
그러나 거미줄은 그저 조용히 흔들릴 뿐이었어.
눈물을 훔치며,
나는 그 작은 생명이 다시 엄마 품에 안기기를
마음속 깊이 빌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