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un Hyun Dec 06. 2024

신입생은 안경을 쓴 불문과 94학번이었다

    신입생은 안경을 쓴 불문과 94학번이었다. 안경을 쓴 여자에게 반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때가 최초였다. 그 후로도 없다. 신입생은 내게 캔커피를 주었다. 이걸 주려고 나를 찾아다녔다고 했다. 왜 나를 찾아다녔냐고 물을 수 없었다. 물어보면 이 생경하면서도 기분 좋은 상황이 꿈에서 깨어나듯 홀연히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로부터 한두 달이 지나고 물론, 신입생은 결국 나의 마음을 거부했다. 거부당한 나는 하스킬이 연주하는 모차르트를 수도 없이 들었다. 몇 날 며칠을 누워 모차르트 속에서 비애를 찾아 헤매던 나는 드디어 털고 일어나, 입대환송회에 갔고 대취한 나머지 ‘내가 모차르트다, 나는 환생했다’라고 주장하게 되었다. 이른바 그 모차르트 사건 이후, 첫 휴가에 나는 신입생을 만나보기 위해 그녀의 고향인 포항으로 갔다. 지금은 없어졌다는 북부해수욕장의 카페 헤밍웨이에서 무얼 마셨는지 코로 마셨는지 아무 기억이 없다. 확고한 이별을 경험하고 나는 헤밍웨이가 죽은 날이 내 생일과 같다는 것을 떠올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