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un Hyun Dec 15. 2024

그는 봄날에 산탄을 마시고 죽었다

Chapter 2


    지난주에 비상계엄이 포고되었다가 몇 시간 만에 해제되었다. 대통령이란 작자는 제대로 배우지 않았는지, 그래서 성장하지도 못한 미숙의 인간인 것 같았다. 그를 탄핵하기 위해 의회가 결의한 다음 날, 라디오에선 울라프손의 연주가 흘렀다. 이 겨울 독특한 아침 하늘과 꽤나 잘 어울렸다. 신의 뜻인 것만 같은 멜로디였다. 아나운서가 말해주는 작곡자 정보를 듣지 못했지만 아무래도 라모(Jean-Philippe Rameau) 같았다. 하늘은 오렌지와 보라 파랑이 뒤섞여 있었다. 울라프손은 구름을 움직였다 생각할 만큼 서서히 역동적이었다. 계엄령은 순식간에 이 나라를 집어삼켜버렸지만 진공관 앰프의 전원을 껐을 때처럼 스르륵 희석되듯 사라졌다. 대통령은 체포되고 구금된 후 재판에서 직위해제 될 것이었다.  

    수희와 내가 만났다면 만났을 시기엔 YS가 대통령이었다. 1994년은 폭염의 해로 기억되어도 좋을 만큼 더웠는데 그해 봄 생수가 처음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물을 끓여서 마시고 가끔은 그냥 수돗물을 마시고 먹었었는데 여름날 도서관에 나타난 복학생 중 한두 명은 한두 모금 마신 생수병을 들고 있었다. 대유행의 시작이었다. 우리 세대 대유행의 선봉장 커트 코베인은 그해에, 죽었다. 그는 ‘서서히 사라지기보다 한 번에 타오르는 것이 낫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것이 엽총자살일 줄은 몰랐다.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아무튼 그는 봄날에 산탄을 마시고 죽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