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지난주에 비상계엄이 포고되었다가 몇 시간 만에 해제되었다. 대통령이란 작자는 제대로 배우지 않았는지, 그래서 성장하지도 못한 미숙의 인간인 것 같았다. 그를 탄핵하기 위해 의회가 결의한 다음 날, 라디오에선 울라프손의 연주가 흘렀다. 이 겨울 독특한 아침 하늘과 꽤나 잘 어울렸다. 신의 뜻인 것만 같은 멜로디였다. 아나운서가 말해주는 작곡자 정보를 듣지 못했지만 아무래도 라모(Jean-Philippe Rameau) 같았다. 하늘은 오렌지와 보라 파랑이 뒤섞여 있었다. 울라프손은 구름을 움직였다 생각할 만큼 서서히 역동적이었다. 계엄령은 순식간에 이 나라를 집어삼켜버렸지만 진공관 앰프의 전원을 껐을 때처럼 스르륵 희석되듯 사라졌다. 대통령은 체포되고 구금된 후 재판에서 직위해제 될 것이었다.
수희와 내가 만났다면 만났을 시기엔 YS가 대통령이었다. 1994년은 폭염의 해로 기억되어도 좋을 만큼 더웠는데 그해 봄 생수가 처음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물을 끓여서 마시고 가끔은 그냥 수돗물을 마시고 먹었었는데 여름날 도서관에 나타난 복학생 중 한두 명은 한두 모금 마신 생수병을 들고 있었다. 대유행의 시작이었다. 우리 세대 대유행의 선봉장 커트 코베인은 그해에, 죽었다. 그는 ‘서서히 사라지기보다 한 번에 타오르는 것이 낫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것이 엽총자살일 줄은 몰랐다.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아무튼 그는 봄날에 산탄을 마시고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