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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늘 아래 내 불빛 하나

불빛 하나에 얼마나 많은 내 불안과 노력을 바쳐야 하나

by 잠바


- 천양희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서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네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안 풀리는 때가 있다. 분명 안 풀리는 때가 있다. 내 행동 하나하나가 뭐가 문제일까 고민하게 되며, 움츠려드는 때가 있다. 당신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나요? 그럴 때 어떻게 했었나요? 굴곡이라는 게 삶에는 존재한다지만, 그게 언제인지 아는 것은 어렵다. 꼭 그 한가운데 들어와 있어야만 '쉽지 않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굴곡의 때를 만난 나는 생각한 대로 하나도 흐르지 않는 것을 느낀다. 아내와 이야기하며, 세상이 <억까> 하는 기분이라고 서로 이야기한다. <원하는 대로>라는 것이 집착과 욕심에서 비롯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대로가 잘못된 걸 수 있다. 그래도 참 조금만 원하는 대로 되어줬으면 어떨까 싶다.


집을 사기로 했다. 마흔 살이 되도록 전세살이 하며 서울 하늘 아래 집값에 대해 언제나 푸념했다. 2025년 한 해에 일어난 여러 일 중에 집을 산 일은 가장 작은 일이다. 더 큰일을 겪으며, 아내와 집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서울 하늘 아래 내 집을 하나 갖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전세 만료 기간보다 한 달가량 일찍 나가는 쪽으로 매매계약을 했다. 세입자를 구해놓고 나가야 하는 상황. 그래도 전세로 서울 중 입지가 좋은 곳에서 살고 있던 터라 금방 해결될 줄 알았다. 집을 내놓아도 한 달이 넘도록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고 있다. 이제 잔금일까지 한 달 반 남은 상황에서 우리 부부는 마음에 여유가 없어지고 있다. 어서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올 날짜와 잔금일을 조율하고, 이사와 보관 업체를 알아보고, 등기 법무사도 알아봐야 한다. 할 일은 태산이다.


이렇게 고민하는 것이 어디 우리뿐이겠나 싶다가도 결국 흘러가는 상황에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지는 것은 우리뿐이라는 생각은 초조함을 일으킨다. 아내와 하루 중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서로 예민해지며, 탓을 하거나 재촉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고 있다. 아내에게 참 감사하다.


이겨나가자고, 이제 <집주인>이 연락 오거나, <만기>에 전세가를 올려달라거나 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서로 마음을 다진다. 서울 하늘 아래 작은 내 불빛 하나 갖기 위해 며칠을 가슴 조리며 불안해한다. 그래도 그 불 빛을 갖게 되는 과정이고 이걸 잘 지내고 나면 <소유권>이 생긴다. 그게 그렇게 대단하고 또 어려워야 할 일일까.


어지러운 마음에 행동도 서툴러진다. 말도 실수를 한다. 이럴 때일수록 글을 쓰고, 밥을 한번 더 곱씹고, 소화시킬 수 있도록 천천히 씹어야 한다. 걸음의 보폭을 줄이고 먼발치 보다 발 밑에 집중하려 한다. 우리가 어두운 길에서 해야 할 일은 하나다. 내 두발을 믿고 눈에 보일만한 발 밑만 보고 한 걸음씩만 나아가는 것이다.



Instagram @jamba_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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