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택배가 도착했다. 오랜 친구로부터 소식 없이 책이 도착했다. 최근에 괜찮게 읽은 책이라며 문자가 도착했다. 도착한 책은 김용택님의 <사랑말고는 뛰지 말자> 이다. 대학 때 매일함께 보던 친구는 직장생활하면서도 이따금 만나며 안부와 위로룰 주고 받았다. 결혼 후에는 각자의 사정과 생활로 전화와 카톡으로 안부를 물으며 지냈다. 그런 친구에게서 귀뜸 없이 택배가 온 것이다.
우리는 넷이었다. 동아리에서 함께 동기로 들어와 마음 맞아 매일 같이 어울리고 술한잔 하며 집에 가서 자고 친구 자취방에도 줄곧 가기도 했다. 점심도 함께 하고, 공강 시간도 얼추 알고 지냈다. 점심에 탕수육에 맥주한잔하게 될때면 누구하나 "째자!" 라고 하면 눈치 게임처럼 "콜!"을 외치곤 했다. 학점은 나중으로 미루고 오늘을 즐기는 생활을 함께 하던 친구들이었다.
시간은 관계를 흐리게 한다 했던가. 한 친구는 자연스럽게든, 영문을 모른체든 멀어져갔다. 셋이 남았다. 셋은 그렇게 또 자연스레 지냈다. 졸업을 하고 직장이 또 멀어지며 한 친구도 멀어져갔다. 멀어졌다는 것이 관계가 단절된 것은 아니다. 함께 였던 시간이 줄고, 일상을 모르고, 연락은 뜸한 관계가 된 것이다. 그렇게 남은 한 친구, 그 친구에게서 택배가 왔다. 줄곧 연락하며 식사하고 일상을 공유했던 한 친구. 택배라는 뜬금없는 소식으로 책이 도착했다.
책을 읽으며 참 좋은 문장들이 많아 공유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 얼마나 고마운가. 성시경의 <잃어버린 것들> 이라는 노래에서 <모른 체 내가 버린 것들 언제라도 되찾을 수 있다 믿었어. 그렇게 하나씩 잃어버렸다는 걸 알 것 같아 다시 또 하루가 흘러> 라는 가사가 생각난다. 부지불식간에 잃어버릴 뻔한 것들을 친구의 책 선물로 다시 얻은 기분이었다.
친구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내 마음에 조금의 여유를 갖고 나도 돌아보고 싶어진다. 오래될수록 낡는 것이 물건이다. 관계도 오래될 수록 잊혀져 가기 쉽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내가 사랑했던 친구들은 오래될 수록 좋은 것임을 느낀다. 퇴직을 하고 아이가 크고 흰머리가 났을 때 더 좋아진 친구들로 남을 수 있는건 시간과 내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