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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미워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온전한 마음이라
때마침 피고 지는 라일락이 어쭙잖다
꽤 오랫동안 낡은 계절의 늘어지는 종말을 목격해 왔고
그건 괴상한 시작을 알리는 고요한 자명종과도 같았다
어찌 됐던 잠을 떨치고 일어나
묵직해진 사지를 어느 방향으로든 휘저어야 했기에
묘한 이질감을 걸고넘어지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오랜 선잠에서 깨어나
미지근한 바람이 피부 위 솜털에 묻어나는 것을 느끼는 건
오히려 두 번의 겨울을 겪어내는 것과 같았다
명확한 경계 없이 이곳과 저곳에
산발적으로 존재하는 것 또한
꽤 친근한 해악이라 하겠다.
선선한 어느 봄날,
우연히 한송이의 라일락에서 지나간 계절을 보았고
그건 내게 진부해진 아쉬움을 남겼다
그런 마음을 품는 것은
스스로에게 빚을 지는 것과도 같아
나는 더 이상의 말을 놓지 않기로 한다.
벌써 다가온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