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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Sohn Feb 23. 2021

터닝포인트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여정

"대학 졸업하면 뭘 하지?"

취준생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고민일 것이다. 나도 워낙 오래전 상황이라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그때의 막막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게다가 나는 영문학을 하고 싶었지만 순위 고사를 보라는 아빠의 권유로 교육학을 전공한 상황. 솔직히 영어교육 부전공은 했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었다. 물론 졸업 전부터 유명 입시학원 영어 강사를 하고는 있었지만 딱히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은 아무 생각 없음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저 영어 관련 일을 한다는 것이 좋았다.


내가 대학생들 커리어 개발ㆍ멘토링ㆍ진로교육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다. 취준생은 누군가 붙잡고 내 속마음을 꺼내놓고 싶을 때 막상 의논할 대상이 없다. 선배들이나 친구들과 정보교환은 하지만 나라는 사람을 집중해 바라봐 줄 사람이 없다. 각양각색 외모만큼이나 사람은 각기 다 다르고 다채로운 존재이다. 그리고 의외로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


여기저기 떠도는 자료는 검색으로 구할 수는 있지만 나에게 맞춤인 답은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찾아야 한다. 조언과 성공담도 들을 기회는 있지만 내길을 내가 결심하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코칭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바라보는 것이 필수 불가결하다.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조언을 들으면 그럴 듯 하지만 얼마 못가 포기하게 된다. 처음엔 근사해 보이지만 남의 옷을 입은 듯하니 얼마 후  입게 되고 내게 맞는 새 옷을 사러 다시 쇼핑만 계속하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공감해주고 같이 고민하는 코칭 질문을 받게 되면 예ㆍ아니오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게요ᆢ왜 그럴까요ㆍ그건 생각 안 해봤는데 다음에 뵐 때, 좀 더 나은 답을 가져와 볼게요"라고 답하게 된다.


결국 고민하다가 영어가 좋았으니까 대학 졸업 후 영문학 대학원을 선택한다. 그리고 학비는 영어 학원 강의를 지속해서 해결했다. 그렇게 보낸 2년은 내게 사회생활에 대한 이해도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미국ㆍ영국 소설 원서를 실컷 읽는 뿌듯한 기회도 선사한다. 영어 공부를 따로 하지 않고 소설 속에서 뉘앙스 캣치를 했기에 문화도 자연스레 답습한다.우리는 모두 속도와 방향이 다르다. 다른 사람들에 맞춰 달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때 도움이 안된다. 결과적으로 바로 취업을 하지 않은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석사 졸업 후 광고회사와 또 다른 광고홍보학 석사로의 선택을 하게 된 좋은 밑거름이 되었고 준비의 시간도 되었다. 난 조심스럽고 이한 성향인데 그 기간 인생공부를 해서 나름 삶에 대한 내공이 생겼다고나 할까~~


이후 국제개발협력 비영리단체, 국제기구 세계본부, 과학기술단체에서의 업력 등이  미국 대학에서 연구 교수로 커리어 개발 센터장으로 활동하도록 하는 좋은 토대가 된다. 그렇게 우리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두 알지 못한다. 그저 지금 오늘 하루 잘 살아내는 것이 곧 미래의 나를 만든다는 것만 기억하면 될 것이다.


지나온 시간을 되돌려 보니 나는 다양한 마케팅 PR을 통해 자원을 개발하는(Resource Development Professional) 전문가이다. 비영리단체들의 조직을 둘러싼 인적ㆍ 물적 자원을 개발해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많은 이들이 선한 의지로 참여할 CSR, 마케팅 PR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비전과 미션을 이루도록 한다. 후원자나 기업은 현금을 혹은 현물을 지원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하도록 제안하고 자원봉사자는 재능기부를 하고 수혜자는 혜택을 보도록 기획하고 진행한다. 예민함과 네트워킹 능력까지 필요하며 대부분 글로벌하게 진행했기에 영어 능력은 필수였다. 영문학 대학원에서 수많은 원서를 읽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세상에 소용없는 배움은 없다. 러닝은 스터디가 아니다. 러닝은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국제기구와 글로벌 단체들과 일하며 한결같이 놓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젊은 인재들의 재능기부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다. 차세대 양육의 꿈은 그렇게 나도 모르게 세워져가고 있었다. 나 자신 재능기부 비전 특강을 많이 다녔기에 지금은 삼십 대가 되어 허리 역할을 해내고 있는 멘티들이 나를 기억하고 아오곤 한다. 그중에 전 세계 유학생을 대상으로 했던 코스타 강사 역할은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기억들이다.  자비량으로 비행기 값을 내고 휴가를 내서 중국ㆍ캐나다ㆍ필리핀 등을 다닌 것이다. 좋아서 한 일이다. 청년들이 미래라고 믿기에.


언젠가 북경 코스타에서, 청년 같은 열정으로 나이 지긋하신 어른이 내 강의를 열심히 필기하며 듣는 모습을 발견했다. 대게 나이드신 분들은 남의 강의를 듣지도 않고 필기는 더더구나 하지 않는데 그분은 달랐다. 나의 비전과 "공부해서 남주자"는 삶에 대한 열정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자는 홍익인간 정신과 같다고 하셨고 얼마 후 나는 한국뉴욕주립대학교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Korea, 이하 수니코리아) 국제개발연구원장이자 겸임교수로 일하게 된다. 개도국에서 온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개발과 프로그램 개발로 분주한 날들이 시작되었다. 신명나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니코리아는 미국 뉴욕 주립 대학의 분교가 아니라 송도 exteded campus로 학생들은 졸업 시 미국 학위와 동일한 학위를 받게 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들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며 막연히 학생들을 돕는 게 좋다고는 생각했지만 앞으로 100세 시대 인생 하반기는 무슨 일을 할지 확실하지 않았다. 하긴ᆢ 워커홀릭이라 나 스스로를 살펴볼 시간이 없었던 듯하다. 그러던 어느 날 총장님께서 첫 졸업생들을 위해 커리어 개발 센터를 세워 센터장으로 그 역할을 해달라고 제안하셨다. 처음에는 생각도 못한 제안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내게 가장 그 일이 잘 어울린다고 답하시는 보스를 보고 순종하기로 했다.

 글로벌 자원개발 전문가로 활동했지만 사람관계를 많이 해왔고 기업 네트워크가 좋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집중해서 해달라는 제안은 기분 좋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무언가 내 꿈에 다가가는 느낌이랄까. 지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고들 한다. 차세대들에 대한 나의 하트를 알고 있었다며 무척 잘 어울린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걸어온 내 커리어가 학생들이 관심 많은 섹터였고 난 그 길을 미리 걸어왔다. 나의 노하우와 네트워크 파워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나도 그렇지만 보스가 보는 내가 정확할 때가 있다.  나는 보스의 제안은 일단 수용하고자 한다. 난 생각하지 않은 분인데 보스는 나와 다른 앵글로 나를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나가다 문제가 있으면 계속 논의하며 나아가면 된다. 지레 겁먹을 필요도 지나치게 잘 보이려고 긴장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잘해보자고 모인 사람들이니 열정만 잊지 말자. 하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오게 마련이다. 나는 학생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게 행복하고 그들이 성장하고 기뻐하는 것을 지켜보는 순간들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렇게 내 삶은 나도 모르게 준비되고 조금씩 변화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통해 나는 변화될 것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나의 여정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ᆢLifelong journey to find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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