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이 채 걸리지 않은 듯하다. 수영을 할 줄 모르던 내가, 호흡법, 발차기, 자세 교정부터 시작해서 첫 철인경기에 출전(물론, 기분 좋게 완주했다.)하고, 오늘 여섯 번째 한강 도하 수영에 이르기까지.
지금도 잠실대교 옆을 수영으로 지나는 중이다. 호흡을 위해 얼굴을 내밀 때마다, 잠실대교 위를 지나는 키 높은 차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젠, 이것도 습관처럼 익숙해져서, 수영 중에 딴생각도 많이 한다.
문득, 철인경기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슴을 졸여가며 개인훈련을 해오던, 쉽지만은 않았던 시간들이 새삼 떠오른다. 첫 오픈워터 수영 훈련을 위해 한강에 입수했을땐 알수없는 공포감조차 밀려왔었던 기억이다. 하지만, 어느덧 일 년 전 아득해 보이기만 했던 꿈은 나의 일상이 되어있다. 또 하나의 세상을 보는 렌즈를 가진 셈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할 때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더 많은 연봉을 받으려면...', 그리고 '그 분야에서 명성을 얻으려면...'물론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럴 수 있을까? 20년 전으로 휙 하고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런 뒤, 때마침 (예를들어)머신러닝을 터득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는 통찰과 실천력을 가질 수만 있다면 이 생각들은 현실적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사는 이 시간은, 어제 배운 지식과 정보는 내일이면 다른 것으로 대체된다. 연륜이 더 이상 실력이 아닌 이 시대엔, 경력의 길고 짧음 - 항상 새로운 일이니, 경력이랄 것도 없다 - 과 무관하게 누구라도 늘 새로운 도전을 맞게 된다. 그리고 시작해야 한다.이 때문에 "왕년"에 자신이 그랬던 것만큼, 이번 일은 "잘" 할 수 없다. 괜한 목표 설정은 시작조차 힘겹게 만들거나, 시작했다 한들 반환점도 미치기 전에 중도 포기하게 된다. 예상되는 결과가 초라해서이거나,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거나, 그 이유가 뭐든.
이와는 달리,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일이나 행위일수록, 그냥 취미 삼아해 본다고 여길수록, 우리는 목표 설정에 관대한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잡는 목표, "완주"다. 기록이야 어쨌건, 남들이 어떻게 보건, "마무리"만 볼 수 있다면 '성공'으로 보겠다는 의미다.
이 목표는 달성된다. 그리고, 그 끝자락에서 얻어낸 '해냈다'는 놀라움, 희열, '처음부터 끝까지 몸소 겪어봤다'는 자신감은 연료탱크에 그득한 연료가 되어, 한번 열어젖혀진 길을 한층 더 쉽게 달려 나가게 한다. 길은 점점 넓어지고, 매끄러워지며, 속도도 빨라진다.
첫 완주가 어렵지 그다음은 관성의 힘에 맡기면 되는 것이다. 완주라는 경험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그때부터 자가발전이라도 하듯이.
그 새로운 일을 "잘"하기 위해선, 두 가지 선택이 있다. 다시 태어나던지, 지금 당장 시작해서 완주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