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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스토밍으로 대안을 풍성하게 하라.

by 녹차라떼샷추가

지극히 평범한

브레인스토밍 회의 풍경


유아용품 회사의 마케팅 팀장 이연우는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회사 기대가 큰 만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담고 싶었죠. 그래서 팀원들을 모아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열었어요.


회의 초반에는 일부 팀원들을 중심으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어요.

"팝업 스토어를 운영해 보면 어떨까요?"

"유명 인플루언서 공동구매를 같이 해봐요"

"재밌는 CF 영상 찍어서 바이럴을 만들어 볼까요?" 등등


하지만 이내 경험 많은 팀원들의 반박이 이어졌어요.

"팝업 스토어는 돈만 쓰고 판매 효과는 적어요."

"경쟁사도 공동구매했다가 과대광고로 경고받았잖아요."

"경영진이 CF 영상은 승인하지 않을 거예요"


10분도 지나지 않아 분위기는 차갑게 식어버렸어요. 더 이상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죠. 팀장은 조용히 있던 팀원들에게도 각자의 의견을 내보라고 요구했어요. 그렇지만 돌아온 답변은 "지금 나온 것들도 괜찮은 것 같아요..."라는 의미 없는 말뿐이었죠. 결국 논의는 작년 아이디어를 조금 수정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되었어요.




브레인스토밍이

실패하는 세 가지 이유


많은 직장인들은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시간 낭비"라고 느껴요. 위 사례처럼 새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보다는 결국 그저 그런 평범한 아이디어로 결론이 정해지기 쉽기 때문이에요.


브레인스토밍이 실패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어요. 그 원인을 보면 모두 인간의 심리적 경향성과 연관이 깊어요.


첫째, 소수 의견에 전체가 휘둘리기 쉬워요.

우리는 집단사고 경향을 가지고 있어요. 다수 의견이나 강한 리더의 의견에 동조하려는 압력이 작동하면서, 반대나 대안적 사고가 억제되어요. 게다가 자신감 있게 말하는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더 신뢰가 가기도 해요.


둘째, 아이디어를 내는 즉시 평가를 받아요.

우리는 즉각적으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불안감을 느껴요. 따라서 그런 상황에서는 비판받을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창의적이거나 새로운 아이디어 내는 것을 피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려 해요.


셋째, 체력이 떨어지면 서둘러 결론을 내려고 해요.

우리는 집중력을 오래 유지하기 어려워요. 체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집단적으로도 논의를 지속하기보다는 끝내는 방향으로 암묵적으로 합의하는 경향이 있어요.


위 요인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배제하고 익숙한 아이디어로 결론이 모아지도록 만들어요.




혁신 아이디어 수집을 위한

브레인스토밍 5가지 원칙


미국 MIT 경영대학원의 할 그레거센(Hal Gregersen) 교수는 브레인스토밍을 성공적으로 이끌 다섯 가지 원칙을 제안했어요. [1] 이 방법은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최대한 많이 얻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원칙 1. 참석 인원은 3~6명으로 소규모 구성

참석 인원이 3명보다 적으면 의견의 다양성 부족으로 효과가 충분하지 못해요. 또한 6명을 넘어가면 무임 승차자가 나오거나, 진행 속도가 더뎌지는 등 비효율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요. 소규모 그룹인 만큼 세부 인원 구성을 다양한 관점으로 구성하면 효과성을 높일 수 있어요.


원칙 2. 아이디어 수집과 평가는 분리 운영

아이디어 제안과 평가가 뒤섞이게 된다면 생소한 아이디어는 애초에 언급되기 어려울 거예요. 다른 사람의 비난에 개의치 않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따라서 아이디어 수집 단계에서는 오직 아이디어만 모으고, 평가는 별도 회의에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해요.


원칙 3. 답이 아닌 질문 브레인스토밍에 집중

어떤 사안에 대해서 하나의 답을 제시하기는 부담스럽지만, 생각해 봐야 할 질문을 던지기는 상대적으로 편안해요. 예를 들어 '40대 남성을 위한 제품 홍보'가 주제라면, '이들의 주된 방문 장소는 어디지?' '소득 수준은 얼마 정도일까?' 'SNS는 주로 뭘 쓰지?' 같은 질문들이 포함되겠네요. 뿐만 아니라 여러 질문을 모아 보면 문제의 구조를 더 잘 드러낼 수도 있어요. 추후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 대안을 구성하기에도 더 도움이 되죠.


원칙 4. 아이디어는 말이 아닌 글로 적기

글자로 적는 방식은 참여자 간 불필요한 상호영향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요. 그 덕분에 참가자들은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를 온전히 끌어낼 수 있게 되고요. 말로 아이디어를 표현하면 분위기나 말투에 따라 과대평가되거나 무시되기 쉬워요. 자신감 있고 적극적인 사람의 아이디어는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고, 반대로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사람의 의견은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거든요.


원칙 5. 아이디어 구상은 4분 이내로 제한

시간 제약과 목표 개수를 정해 주면 참여자들의 몰입을 도울 수 있어요. 여러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보통 사람들은 한 주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3분 30초 정도라고 해요. 보통 4분까지는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더라고요. 그 시간 동안 어떠한 상호작용도 없이 자기 안에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적도록 하면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드러낼 수 있어요.




브레인스토밍 회의,

실전 운영 가이드


저도 이 원칙을 적용해 효과를 본 경험이 많아요. 입소문이 나면서 회의 퍼실리테이션 요청도 자주 받고 있어요. 직접 운영해 볼 수 있도록 간단한 운영 가이드를 공유드릴게요.


회의 개요

1. 회의 시간 : 총 12분

2. 참석 인원 : 3~6명 (배경 다양하게 구성)

3. 사전 준비 : 각자 노트와 볼펜 (혹은 사인펜과 포스트잇 등 필기구)


진행 방식

1. (2분) 문제 해결이 필요한 주제에 대한 핵심 내용을 참석자들에게 설명한다.

2. (4분) 참석자별로 문제 해결을 위해 검토해야 할 질문을 10개 이상 본인 노트에 적도록 한다.

3. (4분) 참석자별로 순서대로 본인이 적은 아이디어를 간단히 설명한다.

4. (2분) 회의를 마무리한다.


이후 작업 (별도 시간)

1. 언급된 아이디어를 유사한 그룹으로 분류한다.

2. 질문 그룹별 검토 우선순위를 설정한다.

3. 우선순위 순서에 따라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리한다.

4. 정리된 답변을 토대로 의사결정 대안을 구성한다. (필요시 추가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진행한다.)

5. 대안에 대한 비교 평가를 진행한다.




현명한 의사결정의

첫 단추로써 브레인스토밍


의사결정은 단순히 '선택'의 문제가 아니에요. 바람직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전체 과정을 포괄해요. 바람직한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좋은 대안이 필요해요. 브레인스토밍은 좋은 대안을 구성하기 위한 첫 단추를 끼우는 과정이고요.


새롭고 혁신적인 대안을 원한다면, 위 원칙과 가이드를 적용해 보세요. 회의의 목적과 규칙만 명확히 세워도 참여자들의 달라진 태도를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또한 몇 분 안에 이렇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될 것이고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직원들을 재촉하고 강압하기는 쉬워요. 그렇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어려울 거예요. 그보다는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도출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 효과적이에요. 능력 있는 리더로 인정받는 건 덤이고요.



[1] Hal B. Gregersen(2018), Better Brainstorming, Harvard Business Review, Mar-Ap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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