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선생 Mar 08. 2022

어느 날 갑자기 모두 톰브라운을 입기 시작했다

망상 활성계(RAS)


어느 날 갑자기 톰브라운 코트를 사고 싶어졌다.


사진출처: www.thombrowne.com


코트 가격은 백만 원이 훌쩍 넘었기에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는 법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며칠 동안 톰브라운을 검색하다 보니 어느샌가 길거리에 톰브라운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너무 많아진 것이다. MSG를 조금 보태면 길거리를 다니는 내 또래 모두가 톰브라운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분명히 톰브라운을 사고 싶다고 생각하기 전에는 잘 보이지 않던 그들이 마치 나를 약 올리기라 하듯 갑자기 내 앞에 우르르 등장한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와 비슷한 일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바로 군대였다. 입대 전까지는 일상생활에서 군인을 보지 못했었는데, 입대 휴가를 나와보니 서울 어디를 가도 군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군인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


무엇에 관심이 가거나 사고 싶어졌을 때 이와 비슷한 경험을 대부분 해봤을 거다. 관심이 없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갑자기 모든 곳에서 보이는 경험을. 바로 망상 활성계 때문이다.


망상 활성계(RAS: Reticular Activating System)는 우리의 뇌에 널리 퍼져있는 신경계를 일컫는 말로 각성, 집중, 투쟁 도피 반응 등에 관여한다. 그리고 가장 주목할만한 역할은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인지하는지에 궁극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우리에게 주어지는 수많은 정보의 필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톰브라운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망상 활성계는 나를 둘러싼 모든 정보 중에서 대부분은 필터처럼 걸러내고 톰브라운만 나에게 인식을 시키는 것이다.

* 참조 문헌: https://www.sciencedirect.com/topics/veterinary-science-and-veterinary-medicine/reticular-activating-system



한 때 론다 번의 <시크릿>이라는 책이 우리나라를 뒤흔들어 놓은 적이 있다. 무엇을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끌어당김의 법칙'으로 말이다. 불연듯 '끌어당김의 법칙' 망상 활성계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간절히 원하면 망상 활성계라는 필터가 수많은 정보를 거르고 걸러 간절히 원하는 것만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성공'을 간절히 바란다면 성공한 사람과 성공의 기회를 보여주듯이 말이다.


하지만 무엇을 간절히 원하기만 한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망상 활성계가 보여준 기회를 잡는 것은 우리의 행동에 달려있다. 망상 활성계는 단지 그 곳으로 가는 길을 우리에게 보여줄 뿐이.


망상 활성계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다.


P.S. 이 글에서 말한 망상 활성계를 더 정확히는 상행성 망상 활성계(ARAS: Ascending Reticular Activating System)라고 부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