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의 안락감을 찾아서]
우리나라는 모든 일에 '극한의 효율'을 추구한다. 이 문화는 우리가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큰 동력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의 이면에 있는 부작용들이, 우리 사회를 이토록 아프게 만든 것 또한 사실이다.
사회정치적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감성 에세이 작가를 추구한다.) 나 또한 지금까지 열심히 효율성을 추구해 왔지만 이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식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을 뿐이다.
평범한 어느 날이었다. 나는 회사 사람들과 영원히 풀리지 않는 난제, '점심 메뉴는 무엇으로 할 것인가'로 고심하고 있었다. 중국집은 어제 갔잖아, 떡볶이가 당기지 않아? 아 근데, 그 떡볶이집 없어졌지? 순두부찌개는 어때? 하며 갈팡질팡하던 우리는 결국 돌고 돌아 중국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더랬다.
하필이면 그 날은 중국집의 정기휴무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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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하기 위해 항상 최적화된 경로를 찾으며 1분 1초라도 아끼려고 노력한다는 한 동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새로운 길을 갈 때면 헤매지 않도록 내비게이션과 지도 어플을 총동원해 이동하고, 복잡한 거리에서는 신호등이 바뀌는 텀까지 생각해서 이동한다고 한다. 그리고 끝내 생각보다 더 빨리 도착했을 때, 바로 그때의 만족감과 쾌감이 무척 크다고 한다. 그 동료와 MBTI가 유사한 건지 어떤 건지 옆에 있던 다른 동료도 격하게 공감해 주었지만 나는 그들의 방식에 100% 공감하지 못했다.
심각한 길치로서, 나도 길 찾기 기능을 애용한다. 그리고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나름의 성취감도 느낀다. 효율성도 추구한다. 매사에 남들보다 바짝 몰입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길 찾기까지 나의 에너지를 100% 이상으로 출력해 가며 도전해야 할 정도로 효율성이 절실하거나 성취감을 느끼게 하나면 그것은 또 아니다.
나는 동료가 대체 어떤 마음으로 그 과정에서 큰 즐거움을 느낄까 궁금해졌다.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그에게는 왜 그렇게 중요한 걸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보니, 예전 새마을 운동과 우리나라의 GDP 변화와 합계출산율과, 점심시간 중국집을 가기 위한 힘든 여정 같은 것들이 떠오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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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시절, 선배들은 회사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휴식도 잘한다고 얘기해 주었다. 그래서 여름휴가를 맞아 7일의 계획을 시간 단위로 세우며 하나씩 체크해 나가는 내 모습을 보며 '맞아, 나는 일도 휴식도 잘하고 있어서 다행이야' 라며 안심한 적도 있다. 휴가에서까지 더 맞고 틀리다는 판단을 하려는 나의 의식은, 반드시 남들보다 더 잘 살아가고야 말겠다는 내 치졸하고 깊은 욕망과 맞닿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내가 시간이 흘러 ‘오늘은 생산적인 일 하나도 하지 말고 그냥 푹 쉬어야지'라고 결심한 날이 있었다. '그냥 푹 쉰다'를 달성하기 위해 최적의 안락감을 찾아 한참을 고심하던 나는 결국 소파에 앉아 유튜브 쇼츠만 보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눈은 좀 피로했지만, 시간도 잘 가고 머리가 텅 빈 듯 그저 시시덕거릴 수 있어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나쁘지 않기보다는 행복에 가까웠다. 그저 나이가 든 건지도, 게을러진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항상 최선의 결과를 보장해주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한 순간의 최고점이 얼마나 높은가가 아닌, 시간이 그려주는 삶의 2차원 그래프가 얼마나 우상향 하고 있느냐를 따져봐야 한다. 최소한 쉬는 것에 있어서는 정말 그러하다.
더 많이 성취하면 더 행복할 것이며 그래서 더 잘 살아가리라는 생각, 이런 생각을 내 하루를 버티는 동력으로 삼아 왔음을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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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대충 살자는 말은 또 아니다. 살아가는 방식에 정답이 있을까. 그렇다고 노력하는 것을 비난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그저 실패하거나 비효율적이었던 경험을 그렇게까지 홀대하지만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누구나 어느 순간에는 비효율적이니까. 원래 자연계의 인간은 대부분의 순간에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존재일 것이다.
우리가 삶의 균형점, 좋은 관계가 주는 안정감, 걱정 없이 잠들 수 있는 낮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맑은 하늘 같은 것들에 안락하고 또 안도할 수 있기를. 그래서 최적의 안락감이 자주 인생에 머무르길 바란다.
*표지 사진: Unsplash의Inside Wea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