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퍼튜니티 Jun 10. 2022

삶, 5할의 고단함과 2할의 호기로움

마음이 쓰여서

때때로 즐겁고 가끔은 벅차지만, 보통은 고단한 게 도시 생활자의 삶이다. 다섯 번의 노동일과 두 번의 휴일로 완성된 ‘일주일’이라는 비율이 운명 속에도 그대로 적용된 건지 5할의 고단함 뒤에 2할의 호기로움이 기다리는 방식으로 삶도 돌아간다.


도시 생활자는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세상의 모든 저주를 사무실에 토해내고 자리를 뜬다. 그리곤 촌스럽지만 트렌디하고 투박하고 아름다운 선술집에 들어가 즐겁고 씩씩한 마음으로 맥주잔을 들이켜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라스 잔에 담긴 맥주가 줄어들수록 씩씩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고단과 절망만 남는다. 테이블에서 떠드는 대화 소리와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가 서로 부딪치며 선술집을 시끄럽게 흔들어대도 고단과 절망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도시 생활자는 글라스 잔들을 서로 부딪치며 고단을 이야기하고 자기 삶이 얼마나 저주스러운지 경쟁하듯 쏟아낸다. 이런 행위를 몇 번 반복하면 금요일이 찾아온다.


금요일 밤은 재능을 발휘할 기회, 꿈을 이룰 방법론, 소박하지만 실체가 있는 계획들로 마감한다. 꿈에 부풀어 술잔에 술을 가득 채운다. 온몸을 술로 적시고 고기를 구워 배를 채운다. 화려하게 취한 마음은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하고 허황된 계획을 사실인 거처럼 이야기하도록 한다. 2할의 호기로움은 언제나 폭발적이다. 그래서 이날은 씩씩하기만 하면 된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중 한 장면.

폭발은 순간적인 현상이고 씩씩함은 금세 사그라진다. 그 자리를 고단과 절망이 채운다. 이 두 가지 감정은 혼란스럽고 지루하게 따라붙지만, 결국 사라진다. 빈자리를 씩씩함이 채우고 과거에는 느끼지 못했던 절망이 다시 채워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생각하지 못하는 게 있다. 사라진다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고단한 삶도 절망의 감정도 씩씩한 마음도 결국 사라진다. 사라지는 게 두려워 이렇게 글로 발버둥 치는 게 증거이기도 하다.

이전 11화 시작하지 못한 여행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