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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Apr 03. 2016

사랑, 당신을 위해 눈물 흘려줄 단 한 사람만 있다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조제 마우루 지 바스콘셀루스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니까요. 당신이랑 같이 있으면 아무도 저를 괴롭히지 않아요. 그리고 내 가슴속에 행복의 태양이 빛나는 것 같아요.



상처받은 아이 제제


제제는 5살 아이다. 그의 가족 중 특히 아버지는 제제를 학대한다. 그의 누이나 형도 그를 거의 샌드백처럼 두들겨 패버린다. 그의 어린 시절은 슬픔의 연속이었다. 제제를 보면서 우리는 모두 제제를 닮았다. 어린 시절에 아픔을 겪은 사람들도 있을테고, 직장에서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 이별의 슬픔을 가진 사람들 등등 모두가 시기는 다르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하나의 상처를 가지며 살아간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은 그 아픔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침묵하는 것이다.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 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사평역 에서> 화자는 아마도 원대한 꿈을 가지고, 서울로 왔을 것이다. 하지만 고향으로 내려갈 때, 굴비와 사과를 가지고 갈 정도로 크게 성공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사평역의 대합실에 있는 사람들과 화자는 모두 아픔이 있지만 아무도 자신의 아픔에 대해서 침묵을 한다. 그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 아픔을 홀로 안고 살아가는 것이 제제의 모습이며 우리의 모습이다. 그 아픔을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고, 100 퍼센트 공감해줄 수 없다. 하지만, 그 아픔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전적인 사랑 뿐이다.



뽀루뚜가 같이 그 사랑을 전할 수 있다면...


제제에게 있어서 뽀루뚜가 (프루투갈 사람을 비하할 때 쓰는 말)는 제제의 삶 속에서 제제를 이끌어주는 존재였다. 뽀루뚜가와 제제는 처음부터 친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포르투가는 비참한 삶을 사는 제제를 보며 동정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 자신의 딸이 떠올라서 제제를 더 잘해주었던 것 같다. 제제에게 있어서 뽀루뚜가가 가르쳐 준 단 한가지는 바로 사랑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어떤 사람에게 사랑을 준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것이다. 어떤 이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가진 시간, 돈, 내가 원하는 것을 그 사람을 위해서 포기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을 위해서 진심으로 기뻐할 수도 있고, 그 사람을 위해서 진심으로 눈물 흘릴 수 있는 것 말이다. 심지어 그것이 내 목숨이라도 그 사람을 위해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즉, 사랑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최선을 구하는 것이다. 


뽀르뚜가의 죽음


제제의 삶에서 제일 큰 사건은 바로 뽀르뚜가의 죽음이었다. 사랑한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마치 내 마음 속의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과 같다. 어떤 사람이 내 인생에 들어온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귀찮은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내 마음에 들어 왔을 때, 처음에 그 사람이 내 마음에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는다. 하지만, 그 사람과 추억이 계속 되고, 그 추억이 쌓이다 보면 그 사람이 내 마음 속에서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 가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추억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그 중에서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그 사람과 내가 했던 추억의 세상이 무너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즉, 내 마음의 한 부분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뽀르뚜가는 진정으로 죽은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제제의 마음 속에 뽀르뚜가가 살아 숨쉬고, 꿈도 희망도 없던 제제의 삶에 살아야 하는 이유를 제제에게 선물했기 때문이다. 제제의 기억 속에서 뽀르뚜가가 잊혀지지 않는 이상 뽀르뚜가는 죽은 것이 아니다.



사랑의 그 무게...


우리 중에 사랑을 많이 받고 산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랑을 많이 못 받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몇 년 전에 어떤 사람이 나에게 나는 사랑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말하길 이상하게도 자신이 어떤 사람에게 사랑을 주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랑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나는 그 사람을 보고 뽀르뚜가가 머릿속에서 생각이 났는데, 소설에 나오지는 않지만, 뽀르뚜가도 가장으로써 아름다운 가정을 꾸미는데 실패하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본다. 사랑이라는 것은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더라도 사랑하는 행위 그 자체를 할 때, 이미 사랑은 내 마음 속에서 살아 숨쉬게 되는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많은 생각을 해본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었는가? 언제나 내 인생을 살기 위해 사랑하는 일을 그만 두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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