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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도르 Jul 19. 2018

짠내나는 사람들

소금통 같은 사회

나는 어릴때 부터 어른들이 말하는 '입이 야무진' 어린이 였다. 그래서 가족이든 친구든 말을 해야할 상황이면 늘 나를 앞세우곤 했다. 게다가 야무진 입과 궁합이 좋은 정의감 또한 있는 편이어서 입바른 소리로 미움을 사기 일쑤였다.


아도르캘리그라피

블로그 http://blog.naver.com/jwhj0048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adore_writing/그렇게 바른말 쌈닭이 되어 회사생활을 시작한 나는 우리 사회의 '좋게 좋게' 넘어가는 정서와 항상 부딪혀 언제나 동지보다는 적을 많이 만드는 편이었다. 뭐가 그렇게 좋단 말인지 누구를 위하여 좋다는 말인지 늘 알 수 없었다.


경력이 쌓이고 '팀장'이라는 직급을 달고부터는 목소리를 내야 할 일이 더 많아졌다. 말 잘하는 나이지만 용기내어 의견을 타당하게 설명한다는건 언제나 두려운 일이었다. 내가 앞서 해야할 말들은 대부분 꼭 해야할 이야기지만 꺼내기 불편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런 나에게 사람들은  "너는 속 시원하게 하고 싶어하는 말을 잘하는구나, 진짜 멋있다 나도 완전공감해!" 라고 뒤에서 말하지만 나와 함께 목소리를 내어 달라 용기내어 부탁하면 금새 돌변해 "난는 원래 그런말 못하잖아"라고 앞선 사람뒤로 늘 숨어버리곤 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언제나 손해보는건 나일뿐 굳이 내가 어떤 조직 안에서 그들의 대변인이 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나도 지쳐갔던 것이다. 나도 약아져야만 했다. 입을 다물어야 했다. 더이상 손해보는것 같은 기분으로는 살기가 싫어졌다. '꼭 내가 말하지 않아도 돼', '누군가 해결하겠지' 라고 되새기며 앞서는 마음을 잠재웠고, 트러블은 일으키지 않는 이미지로 '좋게 좋게' 넘기게 되었다. 짠내나는 세상에 일조하게 된것이다.


"세상의 소금" MBTI 검사에서 한국인에게 가장 많은 유형이라고 한다. 소금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재료이고 적절히 첨가하면 음식의 맛을 돋우는 고마운 존재이지만, 그런 소금들이 너무 많아져서 그런지 회사생활이 너무 짰다. 나조차 한알의 굵은 소금이 되어 짠내에 일조하자니 자주 눈물이 났다. 그리고 소금에 절여진 힘없는 배추처럼 시들시들 해졌다. 너무 짠 음식은 오래 못먹듯 회사라는 곳도 너무 짜서 더 이상은 못다니게 되었다.



또 오해영 이라는 드라마에서 오해영이 말한다

"여자는 떠난 남자를 욕하지 않아요
자기한테 짜게 군 남자를 욕하지,
짜게굴지 마요 누구한테도 "


무릇 사람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나한테 악하게 군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 잊혀지기 마련이다. 악한 사람은 나한테만 악한게 아니니까. 그런데 짜게 군 사람은 두고 두고 기억난다. 말 한마디 함께 해주지 못해 누군가에게 짠내나는 사람이 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본다. 눈앞의 작은 일말의 이익 때문에 얼마나 짜게 굴었는지를 말이다.


때로 소량의 소금은 단맛을 돋운다. 딱 그정도의 짠내면 된다. 짠내나는 회사생활을 돌이켜보자니 목이 말라 괜히 물한컵 들이켜본다.

소금이 되지 말자 우리, 소금도 아니면서 짜게 굴지 말자



아도르캘리그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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