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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도르 Jul 24. 2018

블로그를 하지 않기로 했다

남처럼 살지 않기로 했다

블로그 파워를 포기했다


퇴사후, 나는 글을 쓰고 디자인과 캘리그라피 작업도 하는 아티스트로 살고 있다. 가능하면 이렇게 내가 가진 재능으로 적당히 벌고 적당히 쓰며 살아가고 싶다. 그렇게 혼자서 벌어먹고 살아가려면 홍보라는걸 해야하는데, 이 지구상 대한민국 서울구석 티끌만한 나의 존재를 그 누가 알아줄리 만무하고 홍보 수단으로 다들 입을 모아 블로그와 SNS는 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블로그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스트레스가 되었다. 도대체 왜 나는 블로그를 하는것이 스트레스 일까?


블로그라는건 개인적인 공간이라기 보다 누군가와 무언가를 타겟으로 삼고 기록을 하는 곳이고, 대부분은 검색이 되는 것을 목적에 두고 글을 쓰는 것이다. 나는 그런 무언의 경쟁이 별로 흥미롭지 않다. 경쟁을 피해 도망다니는 내가 무언의 경쟁이라니. 그래서 "어차피 해야 할 블로그"는 언제나 나에게 스트레스였다. 자기전에도 '해야하는데..', 무언가를 먹고 나서도 '이런것도 올려야 하나...' , 책이나 영화를 읽고 보노라면 '리뷰 같은게 검색이 잘 될텐데' 라는 생각에 늘상 일을 달고 사는것 같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스트레스를 덤으로 얻어오는 기분이었다.


유행의 흐름에 따라 이제는 인스타그램까지 스트레스 요소는 늘어만 났다. 그놈의 좋아요와 공감 때문에 가끔은 밥먹다가도 울컥, 아 왜 이렇게 잘 하지도 못하면서 사서 스트레스를 받는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다가 '그럼 안하면 되잖아?'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내리쳤다. 그래 안하면 되는데! 정보의 홍수, 우리는 우리를 어필하는 것이 너무도 쉬워졌고 홍보의 수단으로 되려 SNS를 안하는게 이상한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이거, 하면 할수록 남의 장점과 나의 단점만 비교하며 내 자신을 깎아내리는 용도로만 쓰이는거다. 정말 빈번하게 뭔가 하지 않는 자신을 채찍질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방문자수를 늘리기 위해 왕년에 파워블로거 였던 분의 지침으로 일시적인 방문자수가 늘어나기도 했으나 탐탁치가 않았다. '솔직하지 않은 글'을 마치 진정성 있는것처럼 꾸미는 과정이 내 적성에 맞지 않는 카테고리 였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는일이 아니었다.


블로그가 뭐라고, 낮은 방문자수와 인사이트 속에서 많은 날들을 자기비하로 보냈다. 내가 잘하는것에 집중하는것이 아니라 내 재능을 보여 주고 싶어서, 알리고 싶어서 남들이 가는 길을 억지로 따라가려 했던 거다. 길이 마치 하나밖에 없는것처럼 가는 방향의 기준도 내가 아니라 남에게 두고서 말이다. 인생은 경쟁도 아니고 속도도 아닌 올바른 '나만의' 방향인데 말이다. 방향이 잘못되면 아무리 속도를 내도 소용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그만큼 내가 가는 방향과 결이 중요한데,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같은 컨텐츠를 가지고도 그걸 풀어내는 방법의 결이 사람마다 달라야 하지 않겠냐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결정들이었는데도 약 10년동안이나 블로그를 어깨에 얹고 무겁게 이고 왔다. 블로그를 해야한다는 마음 말이다. 남들과 같은 것을 죽어도 싫어하는 내가 사실은 남들이 가는 길에 어정쩡하게 서서 따라갈지 말지 고민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안되는것은 안되는것, 남의 길에 서서 나는 왜 안되냐고 아무리 소리 쳐 봤자 될 턱이 있나. 이제 그만 그 길에서 벗어나 보려고 한다. 남의 길에서 깨끗이 비켜주고 나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저품질 블로그가 되지 않기 위해 머리를 써서 만드는 컨텐츠가 아니라 그저 나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쓰는 글이 좋다.


누구나 자신만의 길이 있을것이다. 아직 발견하지 못했거나 혹은 남의 길에서 어중간하게 서있거나 어쩌면 자기 길에 서있다가 다른길로 샜을수도 있다. 하지만 다 괜찮다. 이상하게 열심히 해도 잘 안되는 일이 있다면 잠시 옆 길로 비켜서서 관망해 보면 그 길이 내 길인지 아닌지 보인다. 그렇게 가끔 길을 가다가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거나 길에서 멀어져서 관망해보면 된다. 절대 서두를 필요가 없다. 블로그란 그저 남들이 다 하기 때문에 따라간 길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혼자 벌어먹고 살아가는 길, 얼마나 무섭고 깜깜한지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 정해 놓은 길 위에서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것 보다는 이렇게 내 길이 아닌길은 제껴가며 또 넘어져 가며 내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 마음에 든다. 남들이 다 한다고 해서 안하면 불안해 지는 마음이야 어쩔수 없지만 굳이 남들과 같은 길에서 스트레스에다 조급함까지 덤으로 얻어가며 경쟁할 필요가 있을까. 블로그 그까짓거 뭐라고 내려놓지 못했는지 남들이 다 가는 길에서 비켜나고 보니 우습기만 하다. 블로그를 내려놓고 나니 생각보다 마음의 여유가 생겨 마음 사이 부는 바람이 산뜻하기 까지 하다.


나는 이제 목적을 둔 블로그를 하지 않기로 했다.




아도르캘리그라피

블로그 http://blog.naver.com/jwhj0048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adore_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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