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로 무서운 것은 괴물같은 진실들
할머니 할아버지 주름진 폐 속에
무서운 이야기 세 들어 산다
어린 오누이 잡아먹는 뒷산 호랑이
아랫마을 언청이의 목 없는 그림자
처녀 귀신의 시퍼런 울음소리
주름 사이사이 깃들어 산다
입가에 팔자 주름 이마에 실주름
한 가닥 한 가닥 그려질 때마다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하나 늘어가지만
알아간다는 건 무서움을 잃어가는 것
꼬부랑 할아버지 되면 세상 무서울 일 하나 없겠네
아랫집에 이사 온 여섯 살 차이 남매는
무슨 일로 부모 없이 여기까지 왔는지
목을 매달다 응급실에 간 친구 녀석은
무슨 말이 그렇게 하고 싶었던 건지
매일 밤 서럽게 울던 옆집 여자는
오늘따라 왜 이리 조용한 건지
알아간다는 건 무서움을 잃어가는 것
오늘도 TV에서는 이름 모를 사람들이 죽었고
내 살갗에는 무서운 이야기 세 들어 살
주름 한 줄 늘었다네
정범식 감독의 무서운 이야기 '해와 달'을 보고 쓰게 된 글입니다.
진실로 무서운 것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라는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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