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참 이상하죠? 어떻게 우리끼리는 서로 대화가 가능한 걸까요?"
초록색 정장 차림의 남자는 분홍색 돌고래를 타고, 종로 3가의 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같은 시각,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는 초록색 코끼리를 타고 종로 지하상가를 지나고 있었다. 코끼리는 천장에 머리를 부딪치지 않도록 고개를 푹 숙이고 조심조심 걸어갔다.
잠시 후 남자와 여자는 2층 커피숍 창가 자리에 마주 보고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두 번째 뵙는군요."
남자가 말하자 여자는 살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번에는 본의 아니게 죄송했습니다. 제가 원래 말수가 적은 편이라서요..."
여자는 이번에도 살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저는 실어증 환자입니다. 그런 점을 남들에게 들키는 것이 싫어서 그냥 말수가 적은 편이라고 자주 이야기하곤 합니다만..."
여자는 깜짝 놀란 눈치였다.
"저는 사실 귀가 들리지 않아요. 태어날 때부터 오른 귀잡이였는데, 초등학교 3학년 운동회 때, 100M 달리기 출발선에 서있다가 화약총 오발사고로 오른쪽 귀의 청력마저 잃고 말았어요."
남자는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다시 말했다.
"그런 표정은 싫어요. 저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다만 아쉬운 점은 사람들이 내 코끼리에 대해서 물어볼 때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이에요. 왜냐면 저는 귀가 안 들려서 뭐라고 물어보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이해합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하곤 했으니까요. 사람들이 내 돌고래에 대해서 물어볼 때 저 역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죠. 왜냐면 저는 실어증 환자이니까요."
"그런데 참 이상하죠? 어떻게 우리끼리는 서로 대화가 가능한 걸까요?"
"생각해보면 간단합니다. 우리는 서로 잘 통하는 것 같아요. 돌고래나 코끼리의 존재를 아무도 믿지 않지만, 우리는 알고 있죠. 그것이 제가 늘 강조하는 유대감입니다."
그들은 행복한 표정으로 작별인사를 나누고, 돌고래와 코끼리를 바꿔 탔다.
"다음에 만나요. 오늘 대화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