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별로 돌아간 남자

by 다뜨베이더

나는 아직도 그를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충격적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는 좁다란 골목길에 쪼그려 앉아서 호박꽃을 통째로 씹어먹고 있었다.

"호박꽃 100개를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죠? 우리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게 돼있어요."

그의 입 주변에는 노란 꽃가루가 인절미 콩고물처럼 골고루 달라붙어 있었다. 그의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 갑자기 불편해진 나는 골목길 옆쪽 계단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렇군요. 고향 얘기는 다음에 들려주세요."


그 이튿날에는 큰비가 내렸고, 나는 모처럼 집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고 있자니 순간적으로 담배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요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미개인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잡념을 떨쳐내고 거실 쪽으로 몸을 돌리려는 순간, 나는 창밖 저만치 떨어진 곳의 무언가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커다란 호박잎을 머리에 쓴 채, 그가 오므라든 호박꽃을 씹어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상한 행동을 한 것은 내가 아닌데도 오히려 내가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가슴이 벌렁거렸다.


결국 그는 나에게 고향 얘기를 들려주지 못한 채,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가끔씩 골목길에 피어있는 호박꽃을 볼 때마다 그가 떠오르곤 했는데, 시간이 더 흐른 뒤 나는 그의 존재를 완전히 잊고 지냈다. 어느 날 우연히 동네 아이들이 부르는 기상천외한 노래를 듣기 전까진 말이다.


호박꽃은 다섯 손가락

쥐었다 폈다 재미있을까.

노란 가루 호~박 꽃가루

인절미처럼 입을 벌리면, (호~)

얼굴에 묻어도 창피하지 않나요.


호박 별로 안 좋아하는 당나귀들은

호박별로 못 돌아가요.

호박 별로 안 좋아하는 개구리들은

호박별로 못 돌아가요.


(후략)


나는 황급히 뛰어가 그중 한 아이를 붙들고 물어보았다.

"이 노래 어디서 배웠니?"

"호박꽃 먹는 아저씨한테요."

"아 그렇구나. 혹시 그 아저씨는 고향으로 돌아갔니?"

아이들은 동시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합창하듯 말했다.

"아니요오~"

"그럼, 그 아저씨는 어디 갔어?"


아이들은 의외의 장소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그는 경복궁역 사거리에 위치한 어느 병원 침대에 누워있었다.


"오랜만이에요. 갑자기 안 보여서 걱정했습니다."

그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대사를 미리 준비한 사람처럼 말했다.

"절대로! 오므라든 호박꽃을 함부로 먹어서는 안 돼요."

"그렇군요... 왜죠?"

"혓바닥에 두 방, 입천장에 한 방."

"네?"

"꿀벌이 세 마리 있었어요. 그 빌어먹을 호박꽃 안에요."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걸어가는 동안 귓가에 계속해서 맴도는 멜로디를, 나는 죽어도 떨쳐낼 수가 없었다.


호박 별로 안 좋아하는 당나귀들은

호박별로 못 돌아가요.

호박 별로 안 좋아하는 개구리들은

호박별로 못 돌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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