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우리도 살만한 동굴이나 하나 알아볼까?"

by 다뜨베이더

낮엔 여름처럼 덥고, 밤엔 산속처럼 추웠다. 지붕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은 분명 5월의 정취를 풍기고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고 건조했다. 이 계절이 곧 지나가리라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계절이 지난 다음, 또 같은 계절이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사실, 이상한 것은 계절뿐만이 아니었다. 매일 밤 전원이 없는 장소에서 수많은 불빛이 조용하게 타올랐다. 어떤 사람들은 땅에 발을 딛지 않아도 이동할 수 있었으며, 어떤 사람들은 살 곳을 찾아 조용히 동굴로 들어가기도 했다. 중력을 거스르는 건축물이 곳곳에 서있고, 처음 보는 비행물체가 하늘을 날아다녔다. 거리엔 용도를 알 수 없는 최첨단 장비들이 즐비하게 널려 있었는데, 매일 오후 6시경이 되면 그 안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왔다. 실로 수상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었지만,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나는 아내와 함께 작은 술집을 운영하고 있다. 밤마다 가게에서 밖을 내다보면 수많은 불꽃들이 도처에서 이글거리고, 빌딩들이 춤을 추는 진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위험하니까 가까이 가지 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 말고는 없었다. 비겁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린 둘 다 그런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삐뚤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삐뚤이는 다짜고짜 술을 가져오라고 했다. 어떤 종류의 술을 찾느냐고 수차례 물어봤지만, 아무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날 삐뚤이는 혼자서 많은 술을 퍼마셨다.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는 바람에 술잔을 두 개나 박살 냈고, 자리에서 넘어지면서 의자도 망가뜨렸다. 마지막엔 서비스로 내준 육포를 입안 가득 물고 계산도 하지 않은 채, 도망쳐 버렸다. 나와 아내는 결국 참지 못하고 불꽃이 이글거리는 거리로 뛰쳐나왔다.


우리는 삐뚤이를 찾기 위해 온 동네를 헤매고 다녔다. 타인에게 뭔가를 기대한 적도 없고, 그랬기에 알릴 생각도 없었다. 억울함은 절대 공유될 수 없는 것이라고 우린 생각해왔으니까 당연하다. 이 이상한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도 살만한 동굴이나 하나 알아볼까?"


지친 아내의 얼굴 위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때였다.


"저기! 삐뚤이다!"


반대쪽 골목에서 누군가가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울고 있는 아내를 내버려두고, 그 소리가 들려온 골목 끝으로 죽을 힘을 다해 내달렸다. 내 눈에서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자꾸만 흘러내렸다.


골목 끝에 다다랐을 때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몇 번이나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시 일어날 힘조차 없었다. 하지만 이내 아내에게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와 내 아픈 가슴을 쳤고, 눈 앞 가득하게 붉은색 물보라가 일었다.

나는 아내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지만, 끝내 아내를 다시 만나지는 못했다. 거리에 즐비하게 널린 최첨단 장비에서 쏟아져나온 사람들이 나를 막았고, 나를 둘러쌌기 때문이다. 나를 짓밟고 나를 죽였기 때문이다.

이상한 나라에 홀로 남은 아내를, 나는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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