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디를 살고 있을까...

by 김필필

모든 사람들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저마다 다른 곳을 살고 있다. 다른 시간과 다른 차원의 공간 속을 헤매며 현재의 나와 동떨어진 또 다른 나를 가지고 있다.


어떤 이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살아가고 또 어떤 사람은 미래를 설계하면서 생활한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 것인가에 대한 시원한 답변은 아무도 하지 못하겠지만..... 저마다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을 것이고, 설령 자신이 어디에 살고 있는가에 대한 자각이 없는 자라고 하더라도 그 시공간을 살아가면서 만족감과 행복감 또는 후회와 회한의 감정 등을 풍부하게 느끼고 있으리라...


미래를 설계하는 자가 성공한 사람이라는 사회적 통념과, 현재의 삶은 과거의 업보라고까지 하는 종교관, 현재를 즐기라는 '카르페디엠'이 카톡 프로필을 꿰차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어느 시점에 인생의 뿌리를 두고 살아가야 할지 결정하는 것은 굉장한 난제가 아닐까 싶다.


한국어 '살다'는 수많은 어미들과 결합하여 전혀 다른 뉘앙스의 단어가 된다. 살아간다. 살아낸다. 살고 있다. 살아왔다. 살련다. 살고 싶다.


나는 어떤 과거를 살아냈고, 지금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관망이 없이 그저 그렇게 시간에 몸과 마음과 정신을 맡긴 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나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다면 잠시 생각해보자.


그저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과거 행복했던 때에 의지하여 현재를 감내하고 뒤엉킨 과거의 실타래를 저주하며 현재의 삶을 겨우겨우 살아내기도 한다. 탄탄한 밑거름이 된 과거를 바탕으로 찬란한 미래를 꿈꾸는가 하면 과거도 미래도 나는 싫소,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즐기겠소~라고 부르짖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물론 인간은 난해한 존재로 그의 영혼과 정신은 어디 한 곳에 꼭짓점을 두고 그 주위만 빙빙 배회할 수 없고, 내가 현재에 꽂혔다고 하여 과거를 곱씹지 말라는 법도 없다. 다만, 나는 현재형 인간인가, 과거 집착형이나 미래지향형 인간인가를 간파하고 인생의 구심점을 다듬을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돌아보았다. 나는 어떤 형 인간인가. 말로는 젊어서 노세를 외치면서도 젊어서 놀지 못했던 지난날을 후회한다. 현재의 삶에 충실하자면서도 쏟아지는 업무를 내일로 미루는 굉장히 미래 중심적인 성향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저주받은 허벅지를 쥐어뜯으며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활기찬 일주일간의 직장생활을 다짐하며 빠른 취침을 계획하지만 지금..... 라면은 끓는 중, 영화는 상영 준비 중....... 빠른 취침은 에라 모르겠다....


며칠 전 친구와의 통화에서 할 일 없이 보내온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그에게 규칙적인 생활을 하라는 충고와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에 충실하며 미래를 설계해보라는 가증스러운 조언을 하고 있는 허세로 가득 찬 나를 발견하였다. 그래서..... 나는 지금 굉장히 창피하다. 그러면서도 라면 두 젓가락에 글을 멈추는 나는 또.... 굉장히 한심하다. 그러면서도 영화 다운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나는 또.... 굉장히 철판을 깔았다. 순간적으로 글 쓰면서 라면 먹고, 영화 볼 수 있는 멀티가 가능한 나는 정말 멋져~라고 생각하는 나는 또...... 굉장히 황당하구나...


아무튼 멋지게 나는 어디를 살고 있을까를 관망해보고 인생의 구심점을 다듬어보려던 거창한 계획은 훅 밀려오는 라면 냄새에 갈피를 잃었다. 인생에 관한 정답은 없지만, 라면 면발은 불면 맛이 없다는 건 진리이므로.... 우선 접는다....... 오늘 라면은 왠지 더 먹음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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