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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Being persistent

인생에서 버퍼링이 올 때는..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누구나 그렇겠지만 갑자기 뭔가 잘 안 풀리는 것 같으면 하는 행동들이 있다.

그게 어떤 이들은 좋아하는 장소를 찾아간다거나, 사람을 만나서 술을 마신다거나.


내 경우는 뭘 자꾸 배운다.


그래서 시작했던 게 떠올려보면 홍대에서 산업 디자인 공부를 7개월 정도 하기도 했고..

디자인 프로그램인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를 배우고, 각종 언어를 배웠는데 그게 일어, 중국어, 독어, 프랑스 어.

그리고 어릴 때부터 게임을 원체 좋아하는지라 컴퓨터 언어랑 (C.C+, 자바 스크립트) 랑 VR, AR, 게임 프로그램인 유니티도 배웠다. (내가 만든 게임 영상 찾다가.. 하드 드라이브에 있는 거 같아서 일단 포기)


저장 드라이브에서 당시 배운 스크립트를 찾았다.


아님, 예체능인 춤이나 음악, 합창단에서 성악을 배운다거나 교회 밴드에서 싱어로 한참 활동하거나.


도대체 그 모든 걸 왜 배운 거냐고 묻는다. 그냥 나는 이게 스트레스 푸는 방식인 거 같다.


그래서 지금도 또 무작정 뭘 배우기 시작했다.

요즘 시작한 것이 워드 프레스랑 파이썬언어.


아래는 이번에 배우기 시작한 언어.

파이썬언어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엔진을 다루는데 유용한 언어라 배우면 유용하겠다 싶기는 했다.

취업될 때까지만 할 거야라고 결심했지만 말이다.


오래간만에 다시 배워보니 시간의 흐름에 코딩업계도 발전을 했더라. 옛날보다 코딩 프로그램도 좀 더 편리해진 거 같다.


코딩만 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라 개운해지고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것 같다. 컴퓨터는 거짓말을 안 하니까 마음이 편해진다.


솔직히 내가 예전에 배운 것들을 계속 배워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겠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다.

기본에 배운 언어들을 좀 더 발전시키면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되니까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도 했지만 AI 엔진의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으니 계속해봐야 언어의 영역은 언젠가 잠식당할 거라는 말을 들었다.


어릴 때부터, 나는 힘들면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 아니라 모든 것을 하는 사람이었던 듯하다.

가만히 있는 건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며칠 전에 진행한 인생코칭에서 한 코치님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셨는데,

근데 왜 최고가 되고 싶으세요? 최고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그 질문이 마치 최고가 못 돼서 안달 난 사람 보듯 들리긴 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최고라는 건 누구나 자기 기준에서 다를 수 있지만 제 경우엔 타인의 인정도 포함되는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분이 그러자, "남에게 인정받는 게 많이 중요하세요?라고 물어보셨다. 사실, 대부분의 시간을 남의 시선 신경안 쓰고 사는 사람이긴 하지만, 20년 가까이 열심히 해 온 이거 하나.

최고가 되고 싶다는 그 일념 하나로 매달렸는데 갑자기 왜 그게 중요하냐는 질문에 잠시 멍 했다.


다른 거 다 포기하고 이거 하나 원하는 건데 욕심이었나? 라며 속으로 되물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최고가 되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하는 건가?


주변에서 너는 나이가 많으니까 이제부터 꿈도 다 버려.라고 내 인생을 결정해 주는 건가?


최고가 될 수 있고, 그 꽃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인정하는 커리어 패스를 이탈없이 걸어온 20대 젊은 그들만?


그럼 예체능 하다가 커리어가 중단된 사람은? 중간에 실패를 겪은 사람은?

나처럼 10대에 연예계로 입문하는 바람에 학업은 완전 손 놓아야 했던 사람은?

그래서 결국 미술로 전향했던 내 과거가 좀 서글퍼졌다.


내가 최고가 될지 말지, 그걸 정하는 건 누구죠?


20대 후반에도 원어민보다 영어 잘한다는 평판을 이미 받았다. (한국무역협회에서 우리 이 차장님이 그렇게 소문났다며 나에게 웃으며 말씀하셨는데) 30대에도 나는 충분히 더 일할 수 있었다. 나이 들었으니 계란 한 판이니까 시집이나 가라며 회사에서는 퇴사하라는 압박을 주었다.


시집가면 아이 낳을 거고 아이 낳으면 육아휴직하고.


어떤 회사는 면접 보는데 이런 말도 했었다. 지금 결혼해서 언제. 아이도 없고. 지금 결혼하고 아니 낳아서 아이가 딱 4살 정도 되면 좋겠는데... ( 처녀일 때 정말로 면접 중에 들은 말이다. )


시집을 가고 싶어 간 게 아니라 거의 떠밀려 갔다.

최후의 선택이었고, 그것 말고는 답이 없어서 시집을 갔다.


그때 생각했다. 아, 사람들은(어쩌면 여자들은) 성인이 되면 꿈을 버리고 싶어 버리는 게 아니었구나.


버릴 수밖에 없어서 버리는 거였구나.



꿈을 버릴 수밖에 없어 버리는 거구나




그러면 이루기 위해서 계획은? 그래. 지난 삶을 그렇게 영어 하나만은 잘 하자라는 심정으로

국립과 사립 교육기관 및 어학원 등에서 영어 지도를 하다 개인 과외 등으로. 그러다 비즈니스 영어를 함양하고 해외 영업과 무역 분야에 진출했는데 유리천장에 막혀서 경력단절의 길로 들어섰지만 그래도 계속 영어를 지도하면서 기회를 노렸다.


30살에 결혼을 할 게 아니라 통대를 갔어야 했다고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다. 그때, 내 암기력은 최상의 컨디션이었고, 영어 실력은 영어 계약서를 아무것도 안 보고 앞뒤 14페이지를 단 3-4 시간 만에 뚝딱 작성할 수 있었다. 음. 그때 9개월간 매일 영어 에세이를 A4 한 바닥씩 써내고 검수를 받았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그럼 지금은.. 어쩌면 굳어버려서 인 것 같다.

계속 굴렀어야 하는데 멈춰있다 보니 이끼가 낀 것.

계획은 그래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

처음부터 다시 단어부터, 문법, 문장 만들기, 영작, 그리고 한영, 영한 번역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20년간 꾸준히 반복해 온 일이니까 새로울 것도 없지만, 언어라는 게 원래 그런 성질의 것이기에

오늘도 나는 다시 영어 처음 배우는 사람이 되어 단어와 문법, 그리고 문장 만들기부터. 그리고 몇 년 전에 한참 하던 습관들을 다시 끄집어낸다.


자꾸 기억이 사라지는 것도 한몫했기 때문에 단어도 계속 업데이트되고 트렌드도 변하는데 옛날 실력으로 너무 우려먹으려 했을지도 모른다.


모든 건, 다 그 말 한마디, "뭐 하러 최고가 되려고 그렇게 열심히 하느냐?" 때문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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