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바치는 나 사용법
안녕 남편아! 나는 너의 반려자 미소핀이야 :D
나의 갑작스러운 ADHD 판정으로 나만큼이나 놀랐을 당신에게,
아직 ADHD라는 단어조차 낯선 당신에게,
ADHD를 가진 나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바라는 글을 적게 되었어.
나보다 오히려 당신이 나의 증상에 대해 먼저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
그런 나의 독특함에 끌려 결혼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
짤막하게 ADHD가 무엇인지 설명해 볼게.
ADHD 환자는 전두엽과 일부 소뇌의 손상과 도파민의 부족을 겪고 있어.
이 말인즉슨, 때론 이성보다는 충동이 나를 앞설 때도 있고 일반인과는 다른 집중 상태를 보여.
처음 당신이 날 만났을 때 뭐라고 했었지?
뭐든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하는 내 모습이 멋졌다고 했었지.
그런 자기 주도적인 성향이 강한 것도 일부 ADHD의 영향이 있다고 봐.
나는 다른 사람이 만든 체계에 갇히는 것이 정말이지 싫거든.
그래서 어땠지? 일반적인 사원이라면 하지 않을 의견 제시로 미움을 사기도 했잖아.
그리고 그것이 옳다는 나의 생각으로 굽히지도 못하는 줏대를 가지고 있지.
그리고 입에 달고 사는 '사업할 거야', '글 쓸 거야', '00 배울 거야', '유튜브 할 거야'
실제로 저지르기도 감당하지 못하기도 하는 날 보며 또 저러네 싶겠지만
나는 반복되는 일이나 지루한 일은 정말 참을 수가 없어.
정리정돈을 포함해 집안일을 내가 잘 못하는 건, 아니 안 하는 건 그런 이유일지도 몰라.
다만 옆에서 지켜봐서 알겠지만 꽂힌 일에는 밤을 새기도 하고, 귀와 눈을 닫고 과몰입하기도 하지.
그리고 당신이 나에게 부탁한 소소한 심부름이나 잡일을 안 하거나 아예 잊고 마는 것,
짐 한 번 싸서 나가려면 몇 번이나 집으로 다시 돌아가 물건을 챙기는 것.
ADHD 증상 중 하나로 작업기억이 짧아서
조금이라도 흥미가 없고 하기 싫은 일에 특히 건망증 같은 증상이 있어.
이런 답답한 나를 자주 만나왔을 거야.
그래서 더 당신에게 미안한 날도 많았고 고마운 날도 많았지.
남편도 나도 그저 '나'라서라고도 생각했지만
당신은 나의 병을 염두에 두고 나를 용서하고, 인내하는 날도 있었고.
나도 나의 병을 염두에 두고 나 자신을 용서하고, 동정하는 날도 있었지.
나도 원래는 나의 성향이라고 생각했고,
바뀔 수 없다고 믿어 갈등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도 알아.
바뀔 수 있더라고! 그랬지?
나는 집안일은 싫지만, 당신은 좋아!
그래서 당신에게 잘 보이고 싶고, 당신에게 사랑받고 싶어.
그 생각으로 청소도, 정리정돈도 더 신경 쓰게 돼.
우리 집 곳곳에 남편의 목소리가 묻어 있다면 내 몸은 도파민이 작동해.
그러니 더 칭찬하고 칭찬해 줘, 사랑한다는 말까지 덧붙이면 더 좋고.
때로는 실패하는 날도 있을 거야.
할 일을 다 마치지 못하거나 할 일을 잊거나 알면서도 미루거나.
아마 그 사실에 대해 이미 후회하고 짜증이 난 상황일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았다? 동기가 부족했거나 다른 데에 정신이 팔려 있을 가능성이 있어.
당신도 힘들겠지만, 한 번만 더 다정하게 이유를 물어봐줘.
동기가 부족했다면 다시 한번 남편의 사랑스러운 한 마디면 충분할 거야.
때로는 다른 데 정신이 팔려 있었을 수도 있어.
급한 일이 아니라면 조금 더 기다려주고,
명확하게 시간의 리미트를 설정해 주면 더 나아질 거야.
쇼츠를 포함한 정신을 빼놓는 일에 빠져있었다면 스스로 부끄러워하며 고칠 거고,
자아실현이든 생산적인 일에 빠져있었더라도 현실과의 적당한 정도를 찾아갈 거야.
이 적당한 정도가 나에게는 참 어렵더라고.
현실적이고 계산적인, 꾸준한 당신이 나에게는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해.
당신이 꾸준하게 운동하는 모습만으로도 나에게는 많은 자극이 돼.
'꾸준함'과는 거리가 먼 나이지만, 아직까지도 배에 王자가 선명한 남편을 보면 멋지거든!
나도 남편처럼 되고 싶어. 존경해. 닮고 싶어. 그런 마음이 절로 들어.
제시간에 자는 것, 건강하게 먹는 것, 꾸준하게 운동하는 것.
매일 반복되는 일이 때론 지겨워져 뛰쳐나가고 싶은 나이지만
중심을 지키고 있는 당신이 있어 나는 언제나 돌아올 길이 있어 고마워.
때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나를 응원해 주고 든든하게 받쳐주는 당신이 있어서
인생에서 처음으로 도전한 일도 정말 많았지.
지금 글을 쓰는 순간도 마찬가지고.
남편이 있어 현실이라는 땅에 발을 디디고 서있을 수 있었고,
그렇게 당신에게 받은 빚을 갚기 위해 더 노력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나밖에 없던 세상에 당신과 아이들이라는 선물이 왔기에
실패를 반복하더라도 또다시 도전하고,
아프더라도 건강하고 씩씩하게 일어날 수 있었어.
당신과 함께였던, 함께일 모든 순간에 감사해.
매주 화요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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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일, 그림 그리는 일이 즐거운 자기계발 중독 엄마작가
성인 ADHD여도 육아와 자기계발은 계속된다
작품 제안은 jennifer7113@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