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는 마음이 사람을 바꾼다 했다. 좀 더 과학적으로 말하면 감사하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전전두엽을 활성화시킨다. 그 얘기는 이전 글에서 했다.
샤워할 때 감사의 명상을 한다. 내 방식이다.
살면서 몸을 위해 나만의 오롯한 시간을 투자할 때가 그렇게 많지 않다. 한번 꼽아 보기 바란다. 밥을 먹을 때, 운동할 때, 아파서 병원에 갈 때나 약 먹을 때 등 내 몸을 챙기는 시간들이다. 하지만 이런 시간들도 나 혼자 하기는 힘들다.
밥을 먹을 때도 누군가 옆에 있고, 아파 병원에 갈 때도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를 만난다. 오롯한 나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다. 운동을 할 때도 상대가 있든가 누군가 옆에 있다. 혼자 조깅을 하고 등산을 갈 때도 길에서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가?
샤워할 때는 다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샤워실에 혼자 있다. 옆집에 변태가 살지 않는다면 나를 훔쳐볼 사람도 없다. 나의 몸을 위해 투자하는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이다. 소중한 시간이다.
그런데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스스로 생각해 보기 바란다. 우선 샤워 시간이 아까워 핸드폰을 들고 들어간다. 헛되게 쓰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알차게 쓰려면 다른 걸 해야 한다. 음악을 듣는다 아니면 유튜브를 틀어놓고 거기에 집중한다.
핸드폰을 가지고 들어가지 않아도 샤워할 때 별별 생각들을 한다. 약속이 있다면 빨리 씻고 약속 장소에 갈 생각을 하고 아빠 생각, 엄마 생각, 아들 생각, 딸 생각, 밥 생각, 옷 생각 등등 그 짧은 시간에 드는 생각들이 많다.
샤워를 할 때 내 생각들을 챙겨보면 평소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를 알게 된다. 오늘은 샤워에 집중해야지 하고 들어가도 놓치고 딴생각을 한다. 한번 해보시기 바란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 후 샤워할 때 내 몸 하나하나에 감사하기로 하고 그걸 실천하고 있다. 그러자 쓸데없는 생각이 많이 줄었고 당연히 평온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잊고 딴생각을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다시 생각들을 내 몸으로 끌고 온다.
샤워를 위해 욕실에 들어갈 때는 아무것도 챙기지 않는다. 예전에는 주로 핸드폰을 챙겨 들고 들어갔다. 음악을 듣든가 방송을 듣기 위해서였다. 누군가 전화하면 바로 받을 생각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끄고 챙겨가는 것이 없다.
샤워를 하려면 우선 물을 틀고 물 온도를 맞춘다. 그 소리에 잠깐 집중해 본다. 시냇물 소리도 나고 때론 폭포수 소리도 난다.
샤워를 끝내고 버스를 타고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에 맑은 시냇물 소리가 났다. 어느 해 가을이 시작하던 날, 샤워꼭지에서 들은 시냇물 소리가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들려, 버스에서 쓴 시다.
[버스를 타고]
곤드레꽃은 보랏빛
늦은 아침상에 피었네
아침밥은 가을 꽃밭
화장실에 실개천이 흐른다
샤워기 꼭지에는 여울물 소리가 나고
물 맑아 속살 투명한 버들치가 산다
저걸 봐!
물봉선 꽃망울 터지는 것 좀 봐!
맑은 물소리가 나잖아!
이맘 때면 도진다
하늘빛은 빈혈
헛것처럼 울렁댄다
마당에 새로 핀 코스모스를 보네
코스모스를 닮은 사람의
하얀 손을 보네
돌아오는 막차를 기다리던 자미원역 철길 따라
하루종일 피기만 하던 코스모스를 보네
보내기만 했던 사람들에게 흔들던
가난해 더 가냘픈 손을 보네
그를 만나러 가는 길
버스는 가을 꽃밭
실개천 따라가네
물봉선 터지는 소리
물 온도가 맞추어지면 시냇물에 폭포에 머리를 댄다. 상쾌하다. 머리에 샴푸칠을 하며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감사할 것은 참 많다.
머리 나쁜 주인 만나 머리 굴리며 사느라 고생한다는 말부터 머리카락이 자꾸 빠지는데 그래도 잘 붙어있어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한다.
다음은 눈으로 옮긴다. 좋은 꼴 나쁜 꼴 다 보며 살고 있는데 그래도 여전히 잘 볼 수 있게 해 주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또 귀로 옮겨간다. 듣기 싫은 말도 많이 듣고 있는데 그래도 잘 듣게 해 주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그런 식으로 비누를 칠하고 온몸을 씻어내며 몸 구석구석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다.
해 보면 내 몸에 감사할 일이 참 많다. 내 팔은 어떻고 내 다리는 나를 위해 힘든 일을 얼마나 많이 했는가? 그러고도 내 옆에 잘 붙어있으니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빠르면 10분 늦으면 20분 정도 걸린다. 옷 벗을 때부터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기까지, 내 시간 기준이다. 그 시간 동안 내 몸에 감사함을 전하며 연민의 마음을 갖는다. 내 몸에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샤워명상법이다.
그 잠깐의 시간도 못 참아내고 이것하고 저것 하고, 이 생각 저 생각 난리 쳤던 생각만 해도 정신이 혼미해진다. 어떻게 살았나 끔찍하다.
우리는 무엇인가 하는 것에는 익숙하다. 무엇인가 해야 하고 하지 않으면, 멈추면 불안하다. 그것이 나의 큰 병이란 것을 샤워명상을 하며 알게 됐다.
샤워를 하며 내 몸 구석구석을 찾아 감사하고 연민의 마음을 가지지 않더라도, 씻는 그 순간만이라도 잠깐 멈춰 씻는 것에만 진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예전 선비들은 못 볼 꼴을 보면 그 자리에서 눈을 씻었고, 상스런 얘길 들으면 바로 귀를 씻었다 한다. 그런 마음으로 아침저녁 세수를 했다.
제를 올리거나 굿을 할 때, 예를 차려 큰일을 치를 때면 남자든 여자든 몸부터 씻었다. 우리는 씻는 민족이다. 정성을 다해 씻어야 하느니라! 그때 다른 생각들은 잠깐 멈춰보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