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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래 May 17. 2022

꽃밭에서



소나기에 젖으면 이미

과거다

뒤뜰 청보리밭을 쓸던 

연둣빛 햇살이다

마루 끝에 앉아 바라본 신작로다

반짝이는 바람이 일던

은사시나무다

길의 끝에서

수없이 돌아보던 너의

옹송그린 등이다

잎사귀마다 은색 별이 뜨고 지던

아득한 손짓이다


작약꽃 붉던 오후

무명 같은 어머니가 다래끼에

노란 수수잎을 담아

장광밭으로 나가고

홀로 남은 내가

묵언으로 키우던 꽃밭에

소나기가 내렸다


놓친 기억으로 자란

나의 사시나무에

너의 별이 걸리고 그날의

소나기가 내린다


수수꽃 같던 어머니가

수수잎처럼 젖고

젖은 나의 꽃밭은

과거로 간다


꽃잎이 비에 젖으면

사연이 된다.


- 나뭇가지 붓글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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