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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래 Apr 02. 2024

봄꿈

봄빛 푸른 날 머리도 푸르러 붕어다방 옆 이발소, 산적 닮은 이발사에게 고등어처럼 팔딱이는 정맥의 목을 맡기고 머리를 자릅니다.


풀빛 바람소리에 날 선 가윗날이 정수리를 스쳐 갈 때 지난밤 봄비에 놓쳤던 불면, 뒤척이던 잠 마저 들어 꽃꿈을 꿉니다.


칼춤은 진달래빛, 동백의 목은 나락으로 이미 졌고, 유채는 다시 돌아올 수 없을 만큼의 먼바다, 바다로 나가 핏빛 파도가 됐습니다.


장다리꽃이 황새처럼 긴 제 다리에 스스로 가위눌려 잠꼬대를 할 때, 창포의 질색한 보랏빛 입술에 입을 맞추며 우리 옷 벗고 한번 살아볼까 하려는데


"머리 감으시죠!"


목을 노리던 칼 든 산적의  비명, 눈을 뜨니 여전히 붙어있는 연명해야 할 들숨과 날숨, 잠깐의 봄꿈이었습니다.


할미꽃이 피었습니다. 여태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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