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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Jan 22. 2024

코미디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웃고 싶어서, 코미디를_한국편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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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년간 인생에 가장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불현듯 찾아온 우울증은 어느새 내 안에 자리잡았고, 무슨 일을 도모하려고만 하면 나를 자빠뜨렸다. '네 감정을 들여보렴. 아직 더 우울해 해도 돼.' 하는 울림들. 그 신호를 무시한 결과로 극심한 번아웃과 무기력증을 앓아 침대에 머무를 수밖엔 없었기에 예전에는 불쑥불쑥 일을 벌였지만 요즘은 주저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문득 어떤 책을 읽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완전한 우울 회복이란 건 없다지만, 내가 우울방패 안에 숨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양키 자기계발서식의 무한 긍정, 무조건적인 끌어당김 법칙! 같은 동기부여적인 맥락은 아니었다. 그저 2-3년을 쉬었으면 이제 다시 일어날 때가 된 거 같다는, 마음의 소리에 가까웠다. 그러나 쉬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일까 자신이 없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할지 어떻게 하면 다시 '예전의 나'를 회복할 수 있을지 까마득했다.


그러다 문득 굳이 '예전의 나'가 될 필요가 있을까? '회복'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침대에 누워 보낸 지난한 시간들을 부정해가며 돌아가야할 만한 '괜찮았던 나'가 과거에 있었느냐하면 그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나'에 초점을 맞춰 다시 생각했다. 


'나는 앞으로, 아니 지금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쉽게 답할 수는 없었지만 시간을 들여 고민해서 이런 답에 도달했다.

'매일이 재밌는 사람. 유머 감각이 좋은 사람. 좋고 싫음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

이를 달리 말하면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 된다. 매일이 재미 없어도 해야하는 일이라 생각하며 참았고, 유머 감각을 내보이고 싶었지만 왠지 나대는 거 같아서 꾹꾹 억눌렀으며, 좋고 싫음을 표현하지 않고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참고 살다가 우울증 진단으로 받고 거지 같이 살지 않았는가. 외려 되기 싫은 나에 집중하다보니 역설적으로 답이 나오더라.


그럼 이제부터 무얼 해야 '되고 싶은 나'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래서 일단 2024년 1월 22일자로 '우울 종결 선언'을 했다. 우울한 건 그만두고 즐거운 사람이 되겠다고 스스로 결정했다. 그 다음에는? 재밌어져야겠지 않은가. 그래서 의도적으로라도 웃을 시간을 갖기로 했다. 코미디 영화 보기를 선택한 건 그런 이유다. 일주일에 2시간이라도 즐거운 시간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유머 레퍼런스도 쌓을 겸 말이다. 


영화 리스트업은 보고 싶어서 찜꽁해놓고 언젠가 보아야지 하던 것들, 이미 봤지만 다시 보고 싶은 것들 위주로 1차로 뽑았다. 순서나 목록은 유동적으로 바꿔가며 기록을 이어가볼 생각이다. 그렇게 예전의 궤도로 나를 돌려놓는다는 생각을 버리고, 앞으로의 '나'를 재밌게 만들어갈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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