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는 에코백으로 앞치마 만들기
내가 면cotton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공정무역 패션브랜드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였다.
면은 접근성이 좋은 소재였고 인도나 네팔 생산자들과 일하기 때문에 주 소재가 면원단, 베틀원단이었다.
면은 인간에게 가장 오래된 소재 중 하나라고 알고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면을 생산했고 여러 문명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만큼 중요한 작물이었다. 이런 면cotton과 관련된 환경문제를 알게 되면서 유기농 면cotton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천연소재의 원단들도 용도에 맞게 특수가공이나 코팅을 통해 어느 정도 기능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은 거친 느낌의 소색(naturl color) 원단과 은은한 광택의 광목천을 좋아한다.
에코백은 주로 면으로 만든 네모난 가방을 말한다. 왠지 면 100%는 친화경인 것 같이 인식된다. 면은 천연소재이지만 친환경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재배과정에서 많은 농약을 사용하기 때문이고 일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땅도 사람도 피해를 본다. 하지만 유기농으로 키우는 면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된다면 살충제나 화학비료를 뿌리는 농사꾼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너무 많은 양의 면을 생산하려는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양을 생산하려면 살충제나 화학비료는 필수다. 대량의 면 생산의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재배과정에서 많은 물이 수요 된다. 물부족이 심각한 나라들도 많은데 물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 작물은 부담이 된다.
두 개의 에코백으로 앞치마 만들기
약간 작은 사이즈의 에코백 두 개를 합쳐보기로 했다. 소색의 가로형 가방은 조카가 소유하고 있던 가방이고 검정의 띠어리 에코백은 남동생에게 받은 것이다. 에코백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색이 소색과 검정이 아닐까 한다. 가로형과 세로형 에코백을 위아래로 배치해 보았다.
대략적인 모양을 생각하고 망설임 없이 자르고 떼어낸다.
검정 띠어리 가방에서 끈을 떼어내고 윗판(소색)과 아래판(검정)을 이어 붙였다. 안쪽 주머니는 따로 떼어 바깥쪽에 배치했다. 검정 가방에서 떼어낸 끈 2개는 앞치마의 허리끈으로 사용하고 소색 가방의 끈 중 하나는 그대로 목끈으로 사용했다.
이번엔 손수건을 앞치마에 탈부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손을 자주 씻게 되는 작업이나 음식을 만드는 일은 수건이 항상 가까이에 있는 게 편하다. 수건은 불리해 자주 세탁가능하고 똑딱단추만 달면 여러 개의 수건을 번갈아 사용할 수 있다.
앞치마의 윗판을 사선이 아닌 직선으로 처리해 두 개의 사각형, 또는 세 개의 사각형이 맞닿아 있는 느낌을 주었다. 도시의 이름이 적혀있는 텍스트들이 시크함을 더해 주었고 검정과 소색의 조화도 깔끔해 보였다.
이 앞치마로 여덟 번째 에코백에게 새로운 쓸모를 만들어 주었다. 이 프로젝트를 언제까지 하겠다는 계획은 없지만 재미있을 때까지 해보고 싶다. 이 작업의 끝에 전시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에코백을 받아 만들어 보내주는 프로젝트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사람에게 의미 있는 물건을 만드는 일은 언제나 의미 있는 일일테니. 새로운 쓸모를 나누는 일일 테니까.
instar @monnuh_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