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일엔 애써 작은 의미를 부여한다
가만히 보니 그 사람은 커피잔을 들어 올릴 때 잔을 잡는 손가락의 모양이 나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어머! 저와 잔을 잡는 손가락 모양이 비슷하시네요. 우리는 왠지 공통점이 많을 것 같아요. 취미와 취향도 같을 것 같고요, 저와 잘 통하는 분을 만나게 되어서 너무 반갑습니다~!"
(고작 잔 잡은 모양만 보고 진짜로?) 잔을 잡는 손 모양이 특별하다고 해도 사람마다 전부 다르지도 않을 테지만, 또 그 모양이 비슷하다고 해도 그게 많은 공통점과 취향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눈앞에서 내게 일어난 작은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반면에 내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남들의 일에 대해선 설령 큰 일이라 하더라도 애써 작은 의미를 부여하고 마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바다 건너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의미는 높아진 휘발유 가격을 걱정하는 정도로 해석하고 끝내는 것 같은 것입니다.
눈앞에 바짝 대고 가깝게 보면 작은 것도 커 보이고, 큰 물건도 멀리 떨어져서 보면 작게 보입니다. 큰 것은 크게 보고 싶고, 작은 것은 작게, 그러니까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고 싶은데, 이게 영 잘 안됩니다. 왜냐면 좋은 것만 가깝게 두고 싶고, 영 관심이 안 가는 것들에게선 멀리 떨어지고 싶은 귀차니즘 마음 때문입니다. 편견이 굳은살처럼 박히기 전에 자꾸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움직여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