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라체 May 09. 2024

성교육 강의도 하고 성상담도 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예전에 N잡러라는 말이 유행했었는데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그런 비스무리한 무엇인 것 같다. 이제야 부릉부릉 시동이 걸리고 있는 단계지만 5월부터는 요일에 따라 다른 일을 한다.


월요일은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상담을 진행하거나 회의, 스터디에 참여한다. 청소년성문화센터로 출근하는 날이랄까?


화요일과 수요일은 성폭력가정폭력통합상담소로 피해자를 상담하고 지원하러 출근한다.


목요일엔 격주로 학교밖청소년센터로 출동해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성교육과 성상담을 진행한다.


학교강의나 성교육이 들어오면 그 외 다른 요일에 스케줄을 잡아서 출동한다.


토요일에는 공부를 한다. 최근까지는 성매매예방교육강사 양성과정을 들었고 지난주부터는 가정폭력상담원 양성과정을 듣고 있다.


요일마다 다른 장소로 가서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니 조금 두렵지만 좋기도 하다. 이렇게 살아보는 건 대학교 때 이후로 처음인 듯싶고 어쩌다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을까 싶어서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하지만 매일 같은 곳으로 출근하면 지루함을 느끼는 나한테는 꽤 적절한 세팅이 아닌가 싶기도 해서 앞으로 펼쳐질 상황들이 기대되기까지 하는 걸 보면 꽤 괜찮은 선택들이 모여 만들어진 스케줄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혼자 챙겨야 할 일들이 많다 보니 내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잘못된 장소로 출근하게 되어 나를 믿고 일을 주신 조직의 일정에 차질을 주게 될 수도 있다. 때문에 긴장하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는 듯하다.


긴장하더라도 경직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그 와중에도 학습의 자세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등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런 노력 또한 나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으므로 내가 불필요한 노력을 기울이느라 과하게 긴장하게 되지는 않을까 또다시 걱정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먹되 정해진 스케줄을 깨끗하게 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스케줄 노트를 일, 주, 월 단위로 열심히 쓰고, 집에 커다란 달력을 달고, 2주 뒤 스케줄을 미리 계획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직도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고 아마 일을 하는 내내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내가 고민하는 이런 노력들이 우리 집 문화 속에서 '잔머리'로 폄하됐었다. 이제는 잔머리도 굴리며 내 삶을 잘 굴려볼 때가 된 것 같다. 그럼, 그럼. 그렇고 말고. 잔머리는 목적지향적인 삶에선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지.


한동안 글을 못 썼더니 글 쓰는 방법을 분실해 버린 기분이다. 오랜만에 달리는 버스 안에서 폰으로 글을 적어 보고 있지만 영 내 말투가 아닌 것 같아 어색하다. 왜 이렇게까지 된 걸까? 글을 쓰지 못했던 그동안 내게 무슨 일이 얼마나 있었던 걸까?


누군가에겐 별거 아닐 수도 있을 그 얘기들을 나는 여기에 펼쳐내고 싶다. 아무도 관심 안 줬으면 좋겠다. 그냥 무관심 속에서 아무 얘기나 막 해버리고 싶다. 그렇다고 일기장에 쓰고 혼자만 읽고 쓰라고 말씀하신다면 그건 너무하신 말씀이십니다요.


나는 결과에 있어서는 완벽해 보이고 싶은가 보다. 아직도 부족한 모습을 공개한다는 게 참 어렵다. 특히 노력하는 모습은 공개하기가 어렵다. 어렸을 때부터 머리 좋다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서 그런 게 아닐까 추측만 해볼 뿐이다.


성교육강사로, 성상담가로 열심히 고민하고 성장하는 노력의 흔적을 이제는 여기에 솔직하게 남겨보고 싶다.

이전 12화 강사? 이제 그만 포기할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