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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하나씩

by 정안




출근하기 싫었던 월요일, 출근해서 책상에 앉아 연필로 끄적거리다가.. 세운 오늘의 의도. 한 번에 하나씩.

할 일이 많은데 하고 싶지 않아서, 하기 싫은 일이라도 한 번에 하나씩 해보기로 했다.




덕분에 잘 지나갈 수 있었던 순간들.


내일부터 행사를 하기로 한 업체 대표님이 연락이 안되었다. 내일 행사 일정을 확인해놓고 외근을 가려고 했는데, 화가 나려는 순간. 할 수 있는 걸 하나씩 하기로 했다. 이전에 행사 중인 업체에 요청해서 일주일 연장해놓고, 대표님에게 일주일 뒤에 시작해달라고 통보했다. 그렇게 10분 만에 상황 정리. 화내고 비난하고 어떻게 할지 고민해봤자 지금 할 수 있는 건 명확했다.



외근가서 미팅하고 있는데 또 상사의 잔소리가 우다다. 6개월 동안 혼자 파트너 발굴해서 해외 매장 런칭하려고 미팅나왔는데, 새로운 업체를 하나 더 찾으라고. 기분을 망칠 뻔 했으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기분을 망칠 것인가 나의 하루를 산뜻하게 마무리할 것인가. 편의점에서 초코음료 하나 사먹고서 카톡창을 닫았다. 한 번에 하나씩.



한 번에 하나씩, 이라는 마음은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명료하게 선택하게 해주었다. 딱 여섯글자가 참 요긴했네.






새로운 공방으로 옮겨서 물레를 처음 시작했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괴로워했는데, 도자기는 뜻대로 되지 않아 재미있다. 뜻대로 되어야한다, 라는 마음만 내려놓으면 세상에 재미있는 게 얼마나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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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물레를 처음하는데 이렇게 잘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했다.




물레수업에서 배운 것은 중심잡기. 흙을 물레에 잘 붙이고 중심을 잡는 것이 기물을 만드는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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