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OO언니에게.
날씨가 추워지나 싶더니 벌써 언니 생일이 왔네.
이번엔 산소 옆에서 언니가 좋아했던 빌리 홀리데이 노래를 틀어주고 왔어. 재즈와 와인을 사랑했던 언니, "세상에서 제일 우울한 게 여자가 돈 없이 늙는 것"이라며 잔소리를 해대던 언니는 왜 늙기도 전에 그렇게 빨리 떠나야만 했을까. 언니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고 드라마 주인공처럼 다짐한 게 벌써 1년 전인데 난 여전히 세월에 걷어차이며 언니한테 거짓부렁만 늘어놓고 있네.
다른사람들은 그게 귀찮아서, 내 일이 아니라서 개켜놓는 일에도 늘 시선 거두지 않고 바라보던 그 낮은 시선이 언니 주변을 사람으로 들끓게 만든 비결이라는거, 언니 가고 나서야 부드러운 강함이 어떤 거라는 거 알게 된 것 같다. 뉴스를 틀면 매순간 롤 플레잉 게임 속 NPC처럼 사라지는 타인의 죽음이 전단지처럼 찍혀 보도되지만 아끼는 사람의 부재는 쉬이 딱지가 덮히지 않네.
비는 오는데 언니 혼자 어두운 산 속에 남아있을 게 걱정되서 자꾸 돌아보게 됐어.
사는거 '아이고 의미 없다' 싶다가도 마지막 통화할 때 가볍게 짜증냈던 거, 내 사람이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도 모르게 두 눈 감고 질주했던 시간들이 후회돼. 맛있는 와인 실컷 마시고, 좋은 재즈 음악 실컷 들으며 내가 엉뚱한 짓 하려고 할 때마다 예전처럼 꿈에서라도 잔소리 쳐줘.
언냐. 어머니 옆에서 외롭지 않기.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