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퀄prequel: 창업자의 철학이 곧 스타트업의 규정.
창업을 위한 취업을 결정했다면, 다음은 아마도 어떤 회사에서 일해야 할까 일 것이다. 나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것이라, 그동안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정리해 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반성을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정작 나는 창업을 위해 취업을 한 것이 아니었다.
단, 이후 다룰 취업 대상의 전제 조건은 중소기업 또는 스타트업이라는 것이다. 공채 제도가 있는 중견 기업 이상은 현실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골라서 갈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회사가 절대 갑의 위치에 있는 일방향의 채용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제도가 잡혀 있기 때문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취업을 해서 버틸 수 있는(서로 얻을 것이 있는) 곳도 아니다. 때문에, 5년 내외 업력, 30명 이내 규모의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역시 창업자가 전부이다. 특히나 업력이 길지 않고, 조직의 규모가 크지 않은 스타트업의 경우는 모든 부분detail에서 창업자의 태도mindset가 드러난다. 그리고 창업자의 태도란, 창업자의 철학(부재하다면 부재한대로)을 의미한다. 때문에 창업자의 철학이 나와 부합한 지 혹은 내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지를 면밀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철학의 가장 직접적인 표현인 말과 글이다. sns에 올린 글이나, 인터뷰, 웹사이트 등의 메시지를 통해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단, 이곳에 올라는 메시지들은 정제된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관리된 메시지인 것이다. 본인의 철학과 다르지만 그럴듯해 보이는 멋진 말들을 인용해서 마치 자기 것 인양 말할 수 있다. 깊이와 행간을 읽어냄으로써 구분할 수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교묘한 자들의 관리된 메시지는 진위를 가려내기 쉽지 않다.
말과 글만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그만큼이나 철학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을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흔히들 말하는 HRhuman resource(나는 이 말도 싫다. 인적 자원이라니... 차라리 CIA처럼 Asset이면 모를까)이다.
물론, 스타트업(을 비롯한 모든 영리 목적의 조직)과 사람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선후의 문제가 있다. 아쉽게도 사람에게 맞는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에 맞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선후의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한 사람의 몫으로 얼마나 많은 일을 책정하는지, 적당한 숙련도의 사람에게 맡기는지, 숙련도와 몫에 합당한 급여와 고용형태를 제공하는지를 따져보면, 적어도 창업자의 경제/노동/인권에 대한 철학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사회가 보편적으로 합의 가능한 수준common sense의 범위를 기준으로 안쪽인지 바깥쪽인지, 이쪽인지 저쪽인지에 대한 판단은 생각보다 쉽다.(프레임frame을 씌우려는 것이 아니다.)
철학과 현실이 달라 어쩔 수 없는 현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창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글쎄다. 당장에 정당한 처우가 어려울 때를 대비한 많은 제도들(특히 지분과 관계된)이 있다. 핑계일 뿐이다.
✘ 열정페이: 모든 노동에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 어떤 좋은 기회도 그것 자체가 노동에 대한 대가일 수는 없다. '가족같이 일하는 것'도 x 같은데, '애사심을 가지고 내 회사, 내 일처럼' 하라니... 가스라이팅이고 갑질이다. PoVpoint of view와 메타인지metacognition이 유행이다. 참고하자.
창업자의 말, 글, 그리고 행동을 통해서 본 창업자는 어떻게 보면 창업자 본인의 주장이다. 일종의 'PoV: 창업자'인 것이다. 맛집에서 직접 올린 자기네 정보랄까. 메뉴의 구성과 가격, 그리고 자체적인 맛 평가. 하지만 우린 절대 그것만 보지 않는다. 우리의 선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후기review이다.
다행히도 창업자(=스타트업)를 겪어보았던 사람들의 평가 역시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확인이 가능하다. 취업정보사이트, 블라인드와 같은 sns. 요새는 스타트업의 정보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포털portal들도 많다. 직접적인 메시지와 간접적이지만 중요한 지표를 통해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어떤 취업정보 사이트에 가보면, 전/현직자들의 아주 생생한 경험담들과 구체적인 항목별 별점들을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채용공고와 면접자들의 후기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좋은 세상이다. 물론 이 메시지들은 상당한 편견bias을 형성할 수도 있다. '퇴직 혹은 재직', '탈락 혹은 합격'이라는 굉장히 대립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다, 자체적으로 비판적 수용을 하는 수밖에...
그러나 비교적 명확한 지표가 있다. 바로 입/퇴사자 정보이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조직적 일시 퇴사는 해당 조직에 큰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자발적이던 비자발적이던 마찬가지이다. 이런 경우는 창업을 위한 취업이 아니라 해도 반드시 피해야 한다.
✘ 탈출은 지능순, 창업자가 보내는 탈출 메시지 유형 분석
- 지나치게 형이상학적: 비즈니스는 냉혹한 현실
- 아직도 신자유주의적: 지속가능성이 배제된 일방적인 착취형 비즈니스는 그 자체가 지속불가능
- 마키아벨리즘 추종자: 못 된 것만 배워가지고
- 쉬지 않는 sns중독자: 나르시시즘narcissism 의심 환자
- 파악불가한 선문답형: 만족과 불만족의 원인을 알 수 없어 대응 불가
- 무지성무근본 허세충: 염불보다는 잿밥, 회사 돈이 내 돈
창업을 위한 취업이라 할지라도, 일정 시간을 그곳에 머물러 다른 이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한다.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이다. 서로가 어떤 결과를 맞게 될지, 그 과정은 또 어떨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적은 양의 물은 더 쉽게 물들기 마련이다. 한두 방울의 색소만으로 전체가 물들어 버릴 수 있다. 태도도 철학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상하게 나쁜 건 더 빨리 쉽게 물든다.
스타트업의 규정은 창업자의 철학의 반영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 최종 결정 전까지는 확신보다 의심에 무게를 두는 습관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