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조직문화이야기 5. 체계에 목숨 걸지 마라.

by Motivator

“우리 조직은 아직 체계가 없어요.”
“이걸 해결하려면 매뉴얼부터 만들어야 해요.”
"아니야 이거 먼저 R&R부터 다시 정해야 해요"
"아니야 그전에 프로세스부터 먼저 정리하고 진행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조직 안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마치 체계만 갖추면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된다.

그런데 이상하다. 체계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조직이 있는가 하면, 체계가 있는데도 혼란스러운 조직도 있다


‘체계가 잘 잡혔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가장 체계가 잘 잡혀 있는 조직을 손꼽으라면 아마도 '군 조직'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군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군 생활을 떠올려보면 회사에서 겪는 혼란이 거의 없다.

흔히 회사에서 듣게 되는 이야기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질문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거 누가 해야 하는 일이지?"
"여기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지?"
"업무 매뉴얼은 어디에 있지?"


군에 입대를 하면 절차대로 모든 것들이 이뤄진다.
나는 가만히 있기만 해도 주변이 움직이기에 나도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느낌이 들정도로 말이다.

군대는 철저 한 체계와 명확한 역할 정의가 있다. 모든 업무는 작은 일들도 단위로 나뉘어 있고, 그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 다 정해져 있기에 업무의 중복이나 혼선이 없다. 그리고 업무수행방식을 기록한 업무 매뉴얼 또한 자세하게 정리가 되어있기에 전역을 하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도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무리가 없다.


생각해 보면 군 조직 안에서는 앞으로가 예측 가능했다. 연간 진행되는 큰 사이클을 인지하고 있기에 각 시기별 무엇을 해야 할지 대비할 수 있었다. 이러한 체계는 기존의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점점 체계를 고도화할 수 있는 환경의 기반이 된다.

우리의 조직은 어떤가?
매일 같이 변화를 외치면서 이것저것 시도하는 것들은 많지만 생각대로 진행되고 있는가라고 묻는 다면 글쎄…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조직에서 생각하고 있는 체계 역시 큰 맥락에서는 군 조직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결국 체계란 일을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행동과 프로세스를 정리하고 최적화하는 환경이다.


그렇다면 왜 조직은 체계적으로 일하자 강조하고 외치지만 어려운 것일까?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군이라는 조직은 상명하복의 특수성이 있기에 이해가 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만들어 놓은 흐름대로 일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조직이 만들어진 목적자체부터 강한 전제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가 일하고 있는 조직은 어떠한가?
단 한 사람의 생각만으로는 운영될 수 없는 다양한 이해관계로 연결되어 있는 유기체이다. 유기적인 협업이 필요한 구조이기에 단 한 사람의 판단이나 기준으로 움직이기 어렵다. 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라 리더의 철학, 구성원의 경험, 맡은 역할에 따라 일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게 정의된다.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만, 목표를 이루는 방식까지 완벽하게 일치시키는 것은 현실 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결국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결정의 주체는 바로 '사람'이다. 완벽한 체계가 결정까지 대신해 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체계는 더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한 도구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일하는 절차를 약속하고 그 절차에 따라 회의록을 남기고 자료를 공유하는 것만으로 일을 했다고 착각하는 순간, 업무 매뉴얼에 수정사항을 반영하여 처리하며 일을 했다고 착각하는 순간, 체계에 목숨을 걸며 일하는 조직은 오히려 판단과 실행의 유연성을 잃기 쉬울 수 있다.


우리 조직의 체계는 정말로 사람의 판단과 역량을 돕고 있는가?
아니면 오히려 사람의 생각과 창의성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체계에 너무 의존하기보다, 그 체계 안에서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마련해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체계의 완성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늘 기억해야 한다.





keyword
이전 10화조직문화이야기 4. 남아있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