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어릴 때부터 장사를 해서 늘 미안했어요. 어두운 방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든 아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죠. 하지만 방법이 없었어요. 여자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나는 조용히 휴지 한 장을 건넸다.
“울고 싶으면 참지 마시고 마음껏 우세요.”
그녀는 조용히 흐느꼈다. 나는 잠시 자리를 비워 그녀가 감정을 추스를 시간을 주었다. 십 분쯤 지나 창문 너머 그녀를 보니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듯했다. 자리로 돌아와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속이 좀 풀리셨어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아들을 혼자 두고 장사를 했어요. 다행히 장사가 잘돼서 경제적으로는 부족함 없이 키웠죠.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게 독이 된 것 같아요.”
“독이요?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얼마 전 주말에 아들 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손자가 아들에게 자전거를 사달라고 조르더라고요. 그런데 아들이 뭐라고 한 줄 아세요? ‘아빠는 돈이 없어. 이 집도, 차도, 피아노도 다 할머니 거야. 아빠 월급도 할머니 거고, 아빠 건 하나도 없어. 그러니까 할머니한테 사달라고 해.’
순간 머리가 띵하더라고요. 그저 농담이겠거니 했지만, 사실은 농담이 아니었어요. 아들은 올해 마흔이 넘었고, 직장도 다니는데 여전히 경제적으로 저한테 의존하고 있어요. 집이며 차며 생활비까지, 여전히 제가 부담하고 있죠. 그런데도 자전거 하나를 ‘할머니한테 사달라’ 하다니… 제가 아들을 잘못 키운 걸까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릴 때 혼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들에게 ‘엄마는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 같네요. 아들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 거고요. 하지만 아드님도 적은 나이가 아닌데 계속 그렇게 사는 건 조금 걱정스럽네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타로카드를 한 번 봐달라고 했다. 카드 한 장을 뽑아 펼쳐보니 여사제 카드가 나왔다.
“이 카드 보이시죠? 여사제가 들고 있는 두루마리에 ‘TORA’라고 쓰여 있어요. 유대교에서 가장 중요한 경전이죠. 이 카드는 지혜와 내면의 성찰을 의미해요. 즉, 아들을 탓하기 전에 ‘나는 어떤 엄마였을까?’를 돌아보라는 메시지입니다. 혹시 엄마가 아들에게 지혜나 사랑보다는 돈으로 보이지는 않았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아들의 잘못일까요, 엄마의 잘못일까요? 저는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지고 싶지는 않아요. 엄마도 처음이고, 아들도 처음인데,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잘 살아온 것만으로도 훌륭해요. 하지만 이제는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때인 것 같네요.”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로 시간을 가져보세요.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는 어떤 엄마일까?’를 고민해 보세요. 그리고 아드님도 엄마를 다시 생각할 시간을 주는 거죠. 아마 아드님이 먼저 연락해 올 것 같은데, 그때 바로 만나지 말고 ‘천천히 생각해 보자’고 말해보세요.”
몇 주 뒤, 그녀가 다시 찾아왔다.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가득했다.
“아들과 화해했어요. 덕분에 관계가 훨씬 좋아졌어요. 중간중간 선생님과 통화한 게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화해의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표정만으로도 충분했다. 돈으로 쌓아 올린 관계였지만, 이제는 서로를 진짜 가족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타로 카드에서 2번 카드는 '여사제'(The High Priestess)입니다. 여사제는 직관, 무의식, 신비로운 지식을 상징합니다. 이 카드는 내면의 목소리와 직관을 따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감정과 직관을 통해 더 깊은 진실을 탐구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여사제 카드는 또한 비밀, 지혜, 그리고 잠재된 가능성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 카드를 뽑았을 때는 외부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고, 숨겨진 진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경고일 수 있습니다.
이 카드는 종종 영적인 성장이나 자기 발견의 과정을 나타내기도 하며, 마음의 평화를 찾고 내면의 지혜를 신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암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