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시동을 걸고 집으로 출발하려는 참이었다.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순간 며칠 전의 다툼이 기억났다. 아직 화가 덜 풀린 나는 전화받기가 망설여졌다. 그래도 아들 전화인데 안 받을 수 없었다. 심호흡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연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왜?
언제 와요?
지금 출발한다.
치맥 할래요?
치맥?
치맥이라니, 뜻밖이었다. 보통 남자들은 사과를 잘 못한다. 치맥을 하자는 것은 사과의 뜻으로 받을 만했다. 나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아빠, 옛날 치킨 좋아하죠? 옛날 치킨으로 시킬게요. 대신 들어오실 때 아빠 드실 술은 사 오세요.
너는 술 안 먹니?
제 술은 있어요. 아빠 술만 사 오세요.
30분이면 도착한다.
나는 소주보다는 맥주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냥 맥주를 좋아하지만, 아들은 과일 향이 맴도는 맥주만 마셨다. 맥주가 다양해도 맥주에 과일 향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은 맥주가 아니라 맥주맛 음료수 같았다. 하지만 취향은 존중되어야 한다. 현관문을 여니 집 안에 치킨 냄새가 가득하였다. 가방을 소파에 던져놓고 치킨 냄새가 뿜어져 나오는 식탁으로 냉큼 달려갔다. 옛날 치킨 한 마리와 교촌치킨 한 마리가 나를 반겼다.
치킨이 두 종류네.
아빠는 옛날 치킨, 나는 교촌치킨.
따로, 따로 먹는 거야?
아빠는 옛날 치킨 먹는다며 나는 옛날 치킨이 싫어. 교촌치킨이 더 좋아.
당황스럽다. 물론 나는 옛날 치킨을 좋아하며, 아들이 전화로 물어봤을 때 옛날 치킨을 먹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따로, 따로 먹을 줄은 몰랐다.
이렇게 따로 먹는 것은 경우가 아니지. 만약에 너는 짜파게티를 좋아하니까 짜파게티를 먹고 나는 너 옆에서 삼선 짜장면을 먹는다고 생각해 봐. 말이 돼?
왜 또 시비야? 아빠가 원하는 것을 주문했잖아.
시비가 아니라 옛날 치킨 얼마야?
6,900원
그러면 교촌치킨은 얼마야?
19,000원
옛날 치킨이 교촌치킨보다 두 배가 넘잖아. 그게 말이 안 된다는 거야.
여기서 가격이 왜 나와?
며칠 전에 아빠랑 싸워서 화해하려고 치킨 사는 것 아니야?
맞아.
그럼 더 말이 안 되지. 너는 교촌치킨 먹고, 나는 옛날 치킨 먹고 화해가 돼?
나는 아빠가 이해가 안 돼. 서로 좋아하는 것 먹는 게 뭐가 문제지?
너는 친구에게도 아빠처럼 그렇게 해?
우리는 그래. 술도, 안주도 취향껏 알아서 먹어. 서로 나눠 먹지도 않아. 만약에 친구가 돈이 없으면 그냥 물만 마시며 놀아.
친구가 돈이 없으면 같이 나눠 먹고 놀아야지. 그냥 둔다고?
우리는 당연한 거야. 그래서 우리를 MZ세대라고 부르는 거야.
요즘 세대를 MZ세대라 부른다. 이전부터 기업이나 미디어에서 나이, 세대를 구분하기 위해 X세대, Y세대, Z세대 등을 사용했다. Y세대인 밀레니얼(2000년) 세대와 Z세대를 묶어 MZ세대라고 부른다. 나는 MZ세대라는 단어는 사실상 '요즘 젊은것들은….'을 돌려서 표현하는 단어라 생각했다. MZ세대의 특징으로 유행에 민감하고, 과소비적 경향이 있고, 공과 사는 분리하고, 개인화와 차별화를 추구한다고 떠들지만, 사실 젊은이들은 동서고금 막론하고 다 유행에 민감하며 개인의 소비에 관대했다. 심지어 일제강점기에도 서구 근대 유행을 좇던 모던 보이, 모던 걸도 있었다. 그런데 괜히 MZ네! 하는 것은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는 전형적 어른들의 하소연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 세대(우리는 586세대라 불렀다)와 정말 달랐다. 나는 개인적으로 알파벳 세대 분류법에 매몰되어 편을 나누지 말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세대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MZ세대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정말 다른 세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