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단원 FM 청취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은 꽝수반점의 작가님을 모시고 소설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꽝수반점은 외국인 노동자, 여성, 사회에서 소외당하는 이웃들이 주인공이죠. 특히 실종된 베트남 노동자 ‘꽝수반점’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안산에 정착한 조두순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오늘은 꽝수반점 소설집 안에 있는 ‘천사 날다’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 작가님은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고, 그러면서 재미있게 쓰는 것이 큰 장점 같습니다. ‘꽝수반점’도 사실 착취당하는 외국인 노동자 이야기며, 천사 날다 역시 분신자살하는 노동자 이야기임에도 전혀 무겁지 않습니다. ‘천사 날다’가 작가님의 첫 소설이라 들었는데 쓰게 된 배경에 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제가 예닐곱 살쯤 되었을 때라 기억합니다. 그 당시 아버지 직업은 재단사였죠. 재단사에게는 여름은 비수기죠. 생각을 해보세요. 더운 여름날 누가 양복을 입겠습니까? 그래서 여름이면 아버지는 양복점이 아닌 공사장에서 막일하셨죠. 바늘을 잡던 손으로 삽을 잡으셨으니 얼마나 힘드셨을지 짐작이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머니가 어린 동생을 데리고 집을 나가셨죠. 아마 부부싸움의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난감해진 아버지는 저의 손을 잡고 공사장으로 출근했습니다. 공사장 구석에서 저는 모래 장난을 하고 있었고, 아버지는 등짐을 지고 공사장 계단을 오르고 있었죠. 제 기억으로는 아마 삼 층쯤이었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죠. 등짐을 진 아버지가 저를 쳐다보다 휘청하며 등에 진 벽돌들과 함께 공사장에서 추락했습니다. 그때 떨어지는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까지 생생합니다. 그 기억이 소설 천사 날다의 중요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그럼, 아버지는 어떻게 되셨나요?
당연히 병원에 입원하셨죠. 덕분에 가출했던 어머니가 돌아와 기뻤습니다.
작가님은 다친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돌아와 기뻤군요.
그 나이에는 엄마가 최고 아닙니까?
그렇죠.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세상 전부죠. 소설 속 주인공의 아버지는 재개발 용역 깡패에게 몰려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지죠. 그 모습을 천사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다고 표현하셨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역시 건물 옥상에서 아버지를 추억하며 추락합니다. 저는 쌍용자동차와 용산 철거가 중복되더군요. 제가 제대로 읽었습니까?
쌍용자동차와 용산 철거를 염두에 두고 썼습니다. 제대로 읽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가난이 대물림되었군요.
가난이 대물림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아무리 흘렀어도 노동자의 삶은 변함이 없다는 거죠. 사실 추락하는 것은 언제나 정해져 있으니까요.
그래서 추락하는 노동자를 천사라 표현하셨고, 천사가 땅에 내려와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뜻인가요?
생각해 보면 언제나 그들의 희생이 우리에게 희망이 되었죠. 이 순간에도 건물 옥상에, 타워 크레인 위에 매달려 한 번만 쳐다봐 달라고 소리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저는 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걸고 오르지 않아도, 단식하지 않아도, 삼보일배를 하며 전국을 걷지 않아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세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아니요. 그런 세상은 절대 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그냥 있으면 세상은 더 나빠지겠죠. 그나마 이 정도까지 온 것은 추락하는 천사들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더 이상 추락하는 천사만큼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방송을 마치고 나는 반월공단을 바라봤다. 일본 투자 기업 한국와이퍼의 위장 폐업과 먹튀 저지 투쟁이 1년이 넘었다. 국회 앞에서 40일이 넘는 단식투쟁과 일본 본사 앞 투쟁까지 209명의 노동자는 거대 외국 자본과 힘겹게 싸웠다. 그 긴 싸움이 오늘 마무리됐다. 한국와이퍼 조합원 평균연령은 48세, 60%는 여성이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 긴 싸움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그들의 삶은 크게 달라질 것이 없으며, 재취업할 일자리는 여전히 마땅치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일 년이 넘는 싸움을 했다.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리해고 위로금이 아니었다. 더 이상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길거리에 쏟아지지 않게 재훈련과 재취업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에 필요한 자금이 ‘사회적 고용기금’이었다. 그리고 1년이 넘도록 싸운 이유 중 다른 또 하나는 자존심이었다. 가진 것은 없지만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것, 더 이상 날개 없이 추락하지 않겠다는 몸부림이었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외투 자본의 먹튀 정리해고는 당분간 몸을 사릴 것이다. 사회적 고용기금을 만든 한국와이퍼 조합원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