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만나고 나서 알게 된 사실, 그리고 품게 된 문제의식과 조급함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났고, 한 학기의 끝이 보인다.
작년 2학기부터 부쩍, 다문화 학생들의 교과 학습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한국어학급을 처음 맡았던 2020년에는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케어하는 것, 학교 생활에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학교 생활이 즐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아이들과 가까이 지내며 알아버린 현실 중 하나는 다문화 학생들의 '진학'과 '성적'에 대한 사실이었다. 크게 세 가지를 알게 되었는데, 먼저, 아이들은 생각보다 교과 수업 및 성적에 대해 의식을 하고 있다는 점, 두 번째로 국내에서 태어나지 않은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 공교육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점, 이와 더불어 고등학교 진학에 한계가 있다는 점.
이와 관련하여 내가 여태 오해하고 있었던 점 또한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우리 아이들이 성적에 그리 관심이 없는 줄 알았고, 두 번째는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하면 교과 수업도 따라갈 수 있을 줄 알았으며, 세 번째는 고등학교 진학을 할 때에 다문화 학생은 특별 전형의 혜택을 받는 줄 알았다.
첫 번째가 가장 큰 오해였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아이들도 교과 수업을 이해하며 참여하고 싶고, 그를 바탕으로 시험을 잘 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좋은 고등학교에 가고 싶고, 대학교도 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제법 있었다. 나는 여태 무슨 근거로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던 걸까. 아이들의 낮은 성적?
아이들을 알아가다 보니, 본국에서는 제법 공부를 잘한 친구도 있었다. 함께 공부를 해 보니 이해력과 눈치가 빠른, 소위 말해 똘똘한 아이들도 많았다. 단지 언어라는 장벽으로 인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든 케이스가 대부분이었다. 우리 아이들의 기준에는 선생님들의 말씀 속도가 너무 빠르고, 수업 시간에 사용하는 어휘가 생소하다 보니 어려움을 느끼고, 점점 포기하고, 체념하는 법을 배우게 된 것.
두 번째 오해도 작지 않았다. 의사소통 한국어와 학습 한국어의 괴리는 생각 이상으로 어마어마했다. 한국 학생을 대상으로 하듯 보통 속도로 말해도 내 이야기를 충분히 알아듣고, 나와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의 수준인 아이들이 몇 있는데, 그 친구들에게 교과서와 수업의 내용은 또 다른 세계였다. 특히 한자어! 우리가 학습 시 사용하는 어휘는 한자어가 많다. 한자 문화권이 아닌 러시아나 베트남에서 온 학생들에게는 전혀 감이 안 잡히는 어려운 단어들. 나 또한 그제야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학습 장면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다름을 인식할 수 있었다.
두 가지 오해를 맞닥뜨리니 아이들의 성적이 달리 보였고,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물론, 요즘은 예전에 비해 일반고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많이 약해졌고, 고등학교를 어디로 가든 내가 있는 곳에서 열심히 하여 내 길을 닦아 나가면 된다는 인식이 많이 형성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관심사 또는 진로와 전혀 다른 분야의 학교를 진학하는 것은 얘기가 달랐다. 성적이 부족해 일반고를 가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아이들의 성적으로 인해 학교 선택권이 좁아진다는 것은 문제였다.
중학교와 달리 고등학교에는 한국어학급이 설치된 학교가 거의 없고, 아이들을 위해 한국어를 별도로 가르쳐주는 시스템 또한 별도로 없다고 알고 있다. (사실, 내가 있는 지역에는 초등학교에 비해 중학교도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경우 학교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배우는 분야마저 관심사가 아니라면 3년간 학교를 착실히 다니기 어려울 수밖에 없고 하루, 이틀 결석이 장기 결석이 되어버리면 이는 결국 중도 탈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관심 분야라 할지라도 수업을 이해하기 힘들면 둘 중에 하나이다. 살아남겠다는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스스로 피나는 노력을 하여 극복하거나, 점차 손을 놓게 되거나.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쭈욱 지켜본 결과, 관심 분야가 아닌 학교에 진학한 경우라면, 아무래도 최악의 방향을 생각하게 된다.
공부하는 방법과 습관, 목표 의식 등을 중학교에 있는 동안 최대한 심어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르자, 조급해진 요즘이었다. 하지만 무엇을, 어디부터, 어떻게 손 대야 할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애써보다가도,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인 것 같다는 생각에 부딪히곤 한다. 더불어 향후 이 아이들을 위한 대비책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절절하다. 혼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욕심도 희망도 작아진 지금,책임감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