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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 Sep 25. 2022

번아웃을 정의해보자

02_현상 파악이 우선

<번아웃 신드롬>

.. 번아웃 신드롬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신체적·정신적으로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에 빠진 사람이 피로를 호소하며 무기력증, 자기혐오, 직무 거부 등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탈진 증후군', '소진 증후군', '연소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눈앞에 높은 목표가 있어 그것을 정복하기 위해 끝없이 전진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마음에 여유가 없어 계속 달리기만 하면 몸도 마음도 전부 연소되고 만다. 비즈니스 사회에서는 장시간 잔업을 하거나 휴일에 쉬지 못하고 계속 출근을 해 '완전연소 증후군'에 빠져버린 사람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때론 자신을 너무 옭아매지 말고 '될 대로 되겠지'라며 여유를 가지는 것이 인생을 편하게 보내는 비결이다."

-출처: daum 백과



<이과 감성 페인터의 번아웃 극복기>라는 제목으로 브런치의 글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나는 번아웃에 대해 얼마나 잘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 번아웃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 인용글에서 밑줄을 치고 볼드 처리를 한 부분이 나에게 해당하는 사항이다. 정확히는 '그림 한정 번아웃'이라고 해야겠다.


나는 2020년 초부터 2022년 초까지 2년간 나의 작업물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려는 시도를 했었다. 총기간은 2년이었지만 그 안에서도 휴지기와 열정을 불태우는 구간을 반복했다. 그러는 동안  내 마음은 황폐해져가고 있었다.

나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다. 이전에 그림을 그려 돈을 벌어본 적도 없었다. 그런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자'라는 말에 기대어 2년을 불태웠다. 하던 일을 관두고 그동안 모았던 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했다.

그저 내 일 하나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월급을 받던 때보다 더 일찍 일어나 새벽까지 밤을 새웠고, 주말 없이 하루 종일 일했다. 어떤 달은 한 달 동안 15장의 그림을 그렸다. 그중 반은 상품가치가 없다고 판단되어 폐기해버렸다. 그렇게 그린 그림들이 단 하나도 팔리지 않는 쓰라림도 겪어야 했다. 간헐적으로 잊을만하면 하나둘씩 팔리는 그림이 실낱같은 희망이 되어 내 작업을 지속시켰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자는 말의 함정



"좋아하는 일로 행복하게 돈 벌자."

언젠가부터 자기 계발의 트렌드는 내가 좋아하는 일로 행복하게 돈을 벌자라는 흐름으로 변한 듯하다.

그것은 힘겨운 시대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으려는 MZ세대의 가치관과 맞아떨어진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이 말에 생각을 조금 달리 한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자"라는 말에는 세월이라는 개념이 빠져있다. 그리고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의 설정 또한 빠져있다. ‘단순히 좋아해서 그저 열심히 했더니 돈이 벌리더라,’ 라는 신화는 그 이면에 오랜 시간 본인의 분야에서 쌓아온 노력의 시간을 감추곤 한다. 결국 당장 좋아하는 일과는 거리가 있는 일을 하며 생계에 허덕이는 사람에게는 이런 조언이 배부른 사치인 것이다.


좋아하는 일이라도 어떻게 돈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지 방법을 알아야 하고, 나를 포장해서 마케팅하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세상이 내 가치를 필요로 하는지 가늠하는 작업도 수반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세상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변형을 해야 한다. 순수하게 100퍼센트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해서 돈을 버는 사람이 세상에 과연 몇이나 될까?


나에게 좋아하는 일, 그리고 그게 돈으로 연결될 수 있을 만큼 잘한다고 여겨졌던 일은 그림이었다. 그리고 여러 플랫폼과 방법을 전전하다 내가 최종적으로 도전하고자 했던 플랫폼에서 해볼 만하다고 판단이 되었던 것은 수채화였다.

수채화는 어릴 때부터 내가 자신 없어했고, 그래서 좋아하지 않던 분야였다. 좋아하지 않던 수채화로 작업을 해서였을까? 나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수채화에 몰두했던 1년의 시간이 흐르고 나는 수채화를 좋아하게 되었다.



어떤 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사실 애매한 감정이다


수채화를 좋아하는데 그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나의 마음을 돌아보면서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말이 굉장히 애매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계속 그것을 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마음속으로만 좋아한다는 건 거짓 감정일까? 번아웃에 빠지면 그것을 하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좋아할 수는 있다. 좋아하지만 두려운 거다.


여기에 더해 나의 경우 그리지 못하게 된 이유는 '목적의 상실'이었다.

"그림 그려서 뭐하지?"

위의 번아웃 증후군에 쓰인 대로 무기력증, 직무 거부, 그리고 약간의 자기혐오에 빠진 것이다. "될 대로 되라지"라며 여유를 부리기엔 내 생활은 너무 팍팍했고, 여유가 없었다. 당장의 돈이 아쉬웠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구걸하는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다.


지금의 나는 안다. 그 당시 나에게 어떤 준비가 필요했는지, 꾸준한 수입을 위해 경제활동을 병행해야 했다는 것과, 그러면서도 추가로 그림 작업을 할 만큼의 체력안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지금은 절실히 느낀다.


번아웃의 또 다른 증상, 자기혐오.

'내가 할 수 있겠어?'

무의식은 오랫동안 축적되어온 입력값에 따라 나의 의식을 관장한다. 나는 겉보기에는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었지만 스스로를 100퍼센트 믿지 못했다.


스스로를 믿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나라는 사람을 분리해서 남처럼 대접하기로 결심했다.


우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금씩 하게 해 주자고 결정했다.

나는 지금 당장 수채화는 그리지 못하지만 컬러링은 할 수 있어. 힘들게 드로잉 스케치부터 하지 않아도 돼.

복잡하게 색 정하지 않아도 돼, 이미 훌륭한 예술가가 색 조합을 마쳐놨네. 난 보고 따라 하면서 이 사람의 감각을 먹어버릴 거야. 그러면서 치유할 거야. 무엇보다 이 활동으로 당장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이 나를 자유롭게 할 거야.


지쳐있는 마음을 달래려면 미세하게 반응해야 한다.

나는 이 치유의 시간을 고정된 스케줄로서 사수하고

때로는 이것이 또 하나의 지루한 루틴으로 전락하게 되더라도 그게 나를 위하는 길이라는 믿음으로 다시 나를 설득하며 이 프로젝트를 마쳐보려 한다.


오늘도 이 시간 사수해낸 나, 칭찬해.


*컬러링 이미지 출처: 도서 <윌리엄 모리스 패턴 컬러링북>, 초록비 책공방 출판

*본 포스팅의 이미지 사용은 도서 저작권자의 허락을 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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