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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작가 Mar 15. 2024

영하의 날씨 구독 일기:1. 일회용 인생

영하의 날씨 구독일기 :기록취미


피아노 맨&일회용 인생
인스타게시물&그림    by흔적작가




추천 음악 빌리 조엘의 <피아노 맨>을 찾아 듣고 있다. 가사를 해석한 것도 찾아 읽어 보았다. 첫 영하의 날씨에서 김영하 작가는 일회성 인생을 살기에 불쾌감을 느낀다고 했다. 피아노 맨 노래에서는 일회성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바에 모여 그 불쾌를 잊으려고 한다. 하지만 술을 마셔도 삶을 잊을 수는 없었나 보다. 결국 그 불쾌를 잊게 해 줄 피아노 맨을 찾는다. 그들은 인생의 불쾌를 잊게 해 줄 즐거운 멜로디에 빠져들 준비가 되어있다고 한다. 하지만 피아노는 곧 끝날 것이다. 불쾌는 사라지지도 줄어들지도 않는다.




요즘 나에게 불쾌가 자주 찾아온다. 불쾌는 딸아이가 잠을 잔 후 새벽 0시에서 1시쯤 온다.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라 하면 방해꾼이 되어 옆자리에 굳이 앉으려고 한다. 키가 커져 이불 위아래로 꽉 차버린 아이를 보고 있으면 기쁘다. 언제 컸나 싶다. 혼자 손가락을 하나 둘 꼽아 본다. 벌써 중학생이 되었으니. 20살이 되려면 딱 6년이 남았네. 6년 금방 가겠지. 그러다가 그러면 나는 6년 뒤에 몇 살인가. 궁금해진다. 반평생을 살고도 몇 년 더 살고 있겠군. 이때부터 불쾌가 아주 급하게 찾아온다. 새치머리, 힘없이 비어 가는 앞머리, 관절과 근육의 굳음. 사라지지 않는 통증. 또….



나 역시 일회용으로 주어진 인생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몸으로 깨닫고 피아노 맨을 찾는다. 넥플릭스, 웨이브, 왓챠를 돌아다녀 보았다. 눈과 몸과 시간을 좀 많이 날렸다. 날린 만큼 자책이 붙어서 오히려 불쾌가 늘어났다. 맥주, 와인, 막걸리. 소주, 양주, 하이볼, 클라라, 칼리모초. 변덕이 심하다. 기분을 올려주었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오히려 막판에 불쾌를 두배로 넘기고 가버린다. 음악줄넘기, 줌바, 요가, 발레핏. 운동에도 돈이 든다. 홈트. 돈이 안 들면 움직이질 않는다. 참 어이없다. 어떻게든 불쾌로 물든 감정을 잘라버리고 싶지만 어렵다. 어제는 문득 한 가지가 궁금해졌었다. 요즘 웃었던 적이 있었나. 언제 깔깔거리고 웃었더라…. 잠깐 생각해 보니. 정말 신기하게도 거의 웃지 않았다. 배꼽 빠지게 깔깔거리며 웃었던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안 되겠지. 그러면 빠져나올 수 있는 정답은 무얼까. 정답은 모르겠다. 혼자 이것저것 뭐든 해보고는 있지만 오답률이 높나 보다. 뜨끈 미지근하다. 그나마 뭐라도 하고 있어서 불쾌가 좀 약하게 오는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다. 영하의 날씨에서 인생 사용법에 대해 배우면 불쾌를 좀 더 밀어낼 수 있겠지. 오답률이 한 자리 숫자로 내려가면 배꼽은 안 빠져도 안면 근육이 좀 당길 수는 있지 않을까. 어떻게 살아야 불쾌에서 조금 떨어질 수 있을지 알게 된다면 새벽에 찾아오는 그 녀석을 쫓아내고 편하게 잠을 잘 수도 있지 않을까. 대자로 뻗은 자세로 말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오늘 구독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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