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안 무기력한 착한 아이. 바로 나였다. 특히 고등학생 때 이 무기력이 정점을 찍었었다. 몇몇의 학교 친구들을 빼고는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하루하루 조증과 우울증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궁금했지만 알고 싶었지만 어떤 어른도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힌트를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답은 아니어도 힌트는 주었던 것 같다. 단지 이미 하루하루 버티다 지쳐가고 있던 때라 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졸업만 하자. 졸업을 하기만 해 봐라. 내 마음대로 살 거야. 대부분 이 생각만을 했다. 그런데 이런 나와는 다르게 힘든 고등학교 생활이지만 그래도 나름의 즐거움을 찾으면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춤을 추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연극을 하거나.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공부에 진심이거나…. 정말 부러웠다.
착하게 살아라. 이 말에 충실하게 살아가던 나는 교실 안에서 무기력과 조울증 사이에서 방황을 하는데. 착하게라는 답답한 틀에서 벗어나 나를 즐겁게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움직이던 교실 밖 아이들은 적어도 나보다는 더 많이 웃고 생기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일까. 지금 엄마가 된 나는 내 아이가 일부러 착하게 보이려고 애쓰지 않기를 바란다. 기본 인성이 착한 것과 착해 보이려고 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본성이 선해 평소 행동이 착한 아이가 되길 바란다. 사춘기라 잘못된 행동을 가끔 할 때는 화가 많이 난 상태지만 소리를 지르고 윽박지르기보다는 우회적이지만 단호하게 설득을 하려 노력한다. 그런다고 하루아침에 잘못된 행동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그래도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고 아이 스스로가 인지를 할 때까지 주기적으로 설득을 하고 확인을 한다.
교실 안에 있던 무기력한 아이가 되지 않기를 바라기에. 엄마로서 가능한 공부 말고도 다른 것들을 배우고 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려 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행동하면 힘든 중고등학교 시간이지만 그 안에서 활력이 넘치고 신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이렇게 교실 안의 무기력한 아이가 아니라. 교실밖의 활력 있는 아이로 사춘기를 보내면 성인이 되어서 자신의 삶을 잘 챙길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면 지금의 나는 교실 안과 밖 중 어디에 있을까? 다행히 교실 안에서 무기력하게 지내고만 있진 않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 하고, 계속 작은 것이라도 도전을 하고 있다. 가끔 지쳐서 무기력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이제는 무기력에 깊게 빠지진 않는다. 아니, 어쩌면 무기력에 빠지지 않으려고 무언가를 배우고 도전을 하는 것 같다. 결과가 있으면 좋겠지만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이제는 마음 편하게 `괜찮아.’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런 생각도 착한 아이에서 벗어나고 있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이렇게 생각을 바꾸면 곧 교실밖의 활기 넘치는 내가 될 수 있을 것이다.